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 (갈 6:10)
1990년 새빛 맹인선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 가운데 하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새빛 점자잡지를 맡아 취재하는 일이었습니다. 취재하기 위해 삼각지에 위치한 애능 중앙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김광환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김 목사님은 시각장애인 가정의 자녀를 위해 학습지원 사업을 선교회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주로 시각장애인과 결혼을 하기 때문에 교육 환경이 일반가정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교육에 대해 관심이 적어 그 말씀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10여 년간 잊고 지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예은이가 초등하교에 입학하면서 자녀를 뒷바라지 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시각장애인 부부의 자녀들은 말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써 김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에벤엘 선교회에서는 2000년 3월부터 시각장애인 부부의 자녀를 위한 학습도우미 사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간사님은 학습 도우미를 모집하려고 자원 봉사자 사이트에 학습 도우미 모집을 했었습니다. 뜻밖에도 고 3학생이 이메일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글을 보내왔습니다.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했지만 과연 그 학생이 책임감을 갖고 6개월 이상 학습도우미를 할 수 있을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학습도우미는 일회성 자원 봉사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해 던 것 보다 쉽지 않은 자원봉사 입니다. 매주 1회 가정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으로 접근 할 활동이 안이었습니다. 그것은 시각장애인 가정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서울교대 재학 중인 학생도 1차례만 자원봉사하고 아무런 말도 없이 그만 두어 당황한 적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3 학생이 학습 도우미를 하기는 쉽지 않으니 지원을 철회했으면 좋겠다고 이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그 학생은 할 수 있다고 수차례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러면 면접을 봐야 한다고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 시간에 사무실에 방문했습니다.
그녀는 대원 외고 3학년에 재학 중 이었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장애인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주일 마다 청소를 했는데 그 교회가 철거당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로 이사해서 자원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자원 봉사할 곳을 찾다가 학습도우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유나 학생은 봉사할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고 3학생이기 때문에 혹시 부모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어 부모님도 유나 학생이 자원 봉사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잘 알고 계셔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더욱 궁금해서 그럼 아빠는 무슨 일을 하지 그녀의 아빠는 의사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당찬 말에 신뢰하여 학습도우미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학습도우미가 자원 봉사할 가정을 선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자원봉사자가 살고 있는 집이나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가정을 토대로 결정하는데 유나 학생이 맡은 아이는 강남구 신사동에 살고 있는 남편과 헤어진 시각장애인 엄마를 둔 가정이었습니다. 어린이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챙겨주어야 할 일이 많고 누나와 같은 선생이 필요한 것 같아 유나 학생이 너무 적절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유나 학생을 그 가정에 선정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유나 학생은 열심히 학습도우미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험 기간만 제외하고 빠짐없이 1년 동안 그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어린이날이 되자 유나 학생은 그녀의 부모와 함께 선물을 가지고 어린이의 가정을 방문했으며, 어린이와 함께 어린이 공원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유나 학생은 나이는 어려도 나이 먹은 왠 만한 어른 보다 성숙했습니다. 유나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학습도우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아쉬웠지만 어린이의 어머니는 유나 학생의 부모와 아직까지 소식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어린이의 어머니가 심장이 좋지 않자 유나 어머니가 손수 어린이의 어머니를 안내하여 심장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유나학생의 아빠가 근무하고 있는 수원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친절하게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진료를 받고나니 점심시간이 되자 유나 아빠는 수원에 오셨으니 수원 갈비를 대접을 하겠다고 하여 갈비를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어린이의 어머니는 에벤엘에 전화를 하여 학습도우미 프로그램으로 너무 좋은 선생님을 소개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강박해져 가는 사회에서 따듯한 이웃들이 사랑을 실천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하는 사역들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을 하곤 합니다.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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