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법궁으로 500년 역사를 함께한 경복궁은 조선시대 다섯 개의 궁궐 중 유일하게 유교 철학을 형상화한 왕궁이다. 경복궁은 그 자체로 조선의 정신과 정치 이념 그리고 건축의 미를 한껏 보여주는 곳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답사 코스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 탐방을 다니며 수차례 경복궁을 드나들었던 나에게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경복궁 문화 수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경복궁의 전체를 작게 모형으로 만들어 그 배치와 구조 그리고 각각의 건물의 특징을 만져볼 수 있게 제작한 경복궁 모형으로 사전 수업을 한 뒤 경복궁 현장을 둘러보는 체험 수업이었다. 강의를 위한 준비 기간에 강사들의 사전 교육이 있었다. 사전 교육 내용 중에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교육도 있었는데 막연하기만 했던 시각장애인들이 겪을 불편함에 대해 간접적인 체험이나 사례들을 접하면서 그들이 감내하는 불편함과 여러 방법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가 앞으로 만나서 수업을 하게 될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전달되고 도움을 줄지에 대한 숙제도 안게 되었다.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 그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이므로 안전을 기본으로 하였고 문화 지식의 전달과 더해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화 공간을 시각장애인 또한 같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모형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이 모형을 가지고 시각장애인들의 눈인 손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 줄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어 기대도 컸다.
맹학교로 첫 수업을 갔다. 중학교 학생들의 수업이었는데 10명도 되지 않는 학생과 선생님, 보조 선생님이 함께 했다. 색다른 수업이라 모두 궁금한 얼굴이었다. 앞에 놓여진 모형을 연신 만져대며 호기심을 표현했다.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역사 이야기도 귀 기울여 잘 들어 주었다. 아무래도 중학교 학생들이다 보니 역사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을 냈고 경복궁을 통해 조선의 전반적인 역사와 문화의 이해를 돕고 싶었다. ~~~~~~~~계속
서은경(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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