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사회문제 및 수요의 다양화와 다원적 서비스 공급의 필요성
현대 사회는 점증하는 사회문제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 공급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 국가의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시장과 시민사회 영역을 포괄하는 민간부문의 참여와 자원동원을 통한 다원적 서비스 제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과 공익적 서비스 공급을 위한 민간부문의 참여는 국가의 노력을 보완할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나 특정 인구집단이나 지역에 한정되어 있는 사회문제, 혹은 실험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정책은 다분히 보편적인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사회적 요구에 대하여 국가가 자원할당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큰 정치적 부담을 전제로 한다. 또한 국가의 정책이 결국 조세 수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회문제와 요구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양한 사회문제와 요구에 대해 민간부문의 자원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것은 시민사회 영역의 연대의식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공익적 서비스 공급 체계에 민간부문이 참여하는 것은 전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사회통합을 촉진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상호의존적 서비스 공급체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공익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원 조성과 동원에 있어서의 다원화(pluralization)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산, 가족형태의 다양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의 증가가 예측된다. 또한 지방자치의 정착으로 인해 지역단위 중심의 복지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 본론: 한국 기부문화의 실태와 특성
한국에서 현대적 의미에서의 기부문화는 1990년대 중반이후에 와서야 싹트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국가는 정치자금이나 국방비, 재해복구자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주도로 모금을 하였으나, 이는 시민사회영역에서의 기부문화형성에는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1970년대에 시작된 “이웃돕기성금” 모금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사회 내에서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개인과 조직 사이에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 월드비전(구 선명회), 적십자 등 개별 단체 수준에서, 그리고 종교계와 사회복지 기관들을 중심으로 모금 및 후원개발 활동이 전개되어 왔으며, 이는 우리 사회 내에서 기부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를 조성하여 왔다.
1998년도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설립은 우리 사회에서 모금활동을 하나의 제도로 정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8년도에는 2,700억원 이상을 모금하는 성과를 보였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민간 사회복지 서비스 영역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대표적인 모금 및 지원기관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1999년도 이후 설립된 여러 공익재단들은 (아름다운재단, 한국여성재단, 환경재단 등)은 기존의 시민사회단체나 사회복지기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함으로써 민간 부문 비영리조직들의 사업수행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에서 모금과 기부는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며, 시민사회영역의 단체와 조직들은 다양한 자금원으로부터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과 단체 운영경비를 지원받고 있다.
1) 기업의 기부참여: 기부의 제도화 및 구조화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는데, 본격적인 활동은 현대, 삼성 등 재벌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원을 할당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 한국 기업들은 기업주의 사재를 기반으로 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장학재단이나 문화재단 등을 통해 자선적 활동을 실시하여 왔으나,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기업 단위의 자산 및 사업비 출연을 통해 본격적인 기업재단 설립이 이루어졌으며, 기업 내부에도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하는 부서나 직원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계속
- 한동우(강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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