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골3:23) -
얼마 전에 호주 시드니에서 살고 있는 나의 형이 잠시 한국에 머물렀습니다. 서울에 방문한지 5년 밖에 안 되었는데도 “한국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13년을 생활했지만 “시드니는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호주가 한국보다 GDP가 2배 이상 넘는다면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될 텐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 할수록 경제 발전으로 물질주의화(化)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형적인 성장이 곧 그 나라의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성장만을 강조하다보면 짧은 기간에 많은 결과물을 내려고 과정을 소홀히 하여 사회 문제가 빈번이 초래되곤 합니다.
물질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질인 것처럼 여기고, 우리 사회는 물질이 최대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서 보다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예술가라고 생각하면 일반인이 근접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조차 자신이 맡은 일에 온힘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일반인이 쉽게 놓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1508년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를 그리는 일을 맡겼습니다. 처음 미켈란젤로는 천장화를 그리라는 교황의 명령에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마도 천장화를 그리는 것이 많은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은 선택권이 없으며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해 작품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 작업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일을 진행해나갔습니다.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천장 밑에 세운 작업대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에 물감을 칠해나가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목과 눈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혼자서 4년 만에 이 대작을 완성하였습니다.
이 천장화는 성서의 천지창조의 순서와는 반대로 노아에 관한 이야기, 입구 쪽에서부터 그려졌는데, 완성까지는 4단계를 거쳤습니다. 1단계는 술에 취한 노아, 홍수, 노아의 희생. 2단계는 아담과 이브의 원죄와 낙원 추방, 3단계는 이브의 창조, 아담의 창조, 땅과 물의 분리, 해와 달의 지구의 창조, 빛과 어둠의 창조. 4단계는 나머지 모든 원형 벽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벽화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천정에 매달려 혼자서 고된 작업으로 허리와 목, 눈 등 무리가 오고 건강이 악화되는 등 직업병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는 작업 중 식사를 하게 되면 빵, 생선, 약간의 포도주를 먹었다고 합니다. 1518년에 그가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빵 두 조각, 청어 한 마리, 포도주 4분의1, 펜넬 수프, 또르텔리 등을 시장에서 사오라는 내용을 글과 함께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글을 모르는 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성당 천정에 매달려 4년 동안 그리는 작업이 몹시 힘들었던 것은 천장에 매달려 머리를 젖히고 그려야만 했으며, 구석구석 그리는 것은 더욱 힘든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작업을 지켜 본 친구는 “누가 구석에 그린 그림을 잘 그렸는지 누가 알겠어?” 라고 말했더니 미켈란젤로는 “그것은 내가 알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의 대답은 세계적인 화가다운 대답이었습니다.
평소에 그는 자신의 작업을 위해 일에 파묻혀 잠도 몇 시간밖에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년에는 병상에서 일어나 작업을 하려고 비를 맞으며 성 베드로 성당으로 달려가다 하인의 등에 업혀 오기를 여러 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병치레를 하면서 식사할 시간도 없이 일에 몰두 해 작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통의 삶 속에서도 그가 장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초인적인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우리에게 맡겨준 일이 적을 지라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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