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제 자신의 삶을 돌아보니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같습니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를 빼놓고는 거의 다 해 봤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면 저도 자전거를 탔습니다. 친구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면 저도 롤러스케이트를 탔습니다. 친구들이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타길래 저도 친구가 신고 있는 스케이트를 억지로 벗겨서 빌려 신고 얼음판에 들어갔다가 얼마나 진땀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친구들이 수영을 하면 저도 수영을 했습니다. 친구들이 자유형을 하면 저도 질세라 자유형을 했고, 배 형과 평형을 하면 기어코 배워서 했고....
높은 산에서 걷는 느낌은 땅에서 걸을 때 느낄 수 없는 느낌이 있다고 친구 목사가 지리산에 갔다 온 경험을 이야기하기에 저도 구례에서 천왕봉까지 험한 능선을 따라 종주를 했습니다. 능선을 넘나드는 구름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걷는 것은 다리는 피곤해도 마음은 구름을 밟고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결혼도 했고, 남들처럼 귀여운 아들딸도 낳고, 신학교를 나와 교회 개척을 하고, 다윗왕도 하지 못한 성전 건축까지 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 말고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경험을 살아온 것입니다.
장애인에게는 열등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그런 경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열등감이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자신이 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마음의 그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살펴본다면 열등감은 장애인만 갖고 있는 특성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심리적 장애입니다.
지난 해 10월 어느 날로 기억 됩니다. 춘천에서 대학을 마치고 서울로 가서 직장 생활을 하는 형제, 자매가 연락을 하고 찾아 왔습니다. 옷을 예쁘게 차려 입고 예의를 갖추어서 말이지요. 두 사람은 제게 정중하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습니다. 그 형제와 자매는 대학을 다니면서 우리 교회에 나와 열심히 봉사하던 청년들이었습니다. 자매는 피아노 반주자로, 교사로 열심히 봉사하면서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형제 역시 성가대원으로 교사로 열심히 봉사를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주례를 해 주시는 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기쁘고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기꺼이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말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결혼식은 저에게는 목회하는 보람을 또 한 번 느끼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른 목사들이 하는 주례를 저도 하게 되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구별과 차별과 소외가 없는 하나님의 참사랑이 세상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지는 역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의 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맹학교에 들어온 친구입니다. 그가 경험한 씁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 형의 결혼식에 갔다고 합니다. 평소에 친한 사이들이었는데 결혼을 축하하고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자신을 소외시키더라는 것입니다. 기분이 언짢아져 얼굴을 찌푸리는 그에게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네가 이해를 좀 해라. 오늘은 특별한 날 아니냐?
세상에는 장애인이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멋지고 즐겁고 좋은 곳일수록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벌이는 잔치보다 더 좋은 천국 잔치에는 장애인을 소외시키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주여! 함께하는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천국 잔치의 현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나아가 천국 잔치의 소식을 알리는 교회가 되기를 소원 합니다 서로 힘을 모아 일할 수 있는 사랑하는 일꾼들을 보내 주옵소서.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는 형제와 훌륭한 교육자가 되겠다는 자매가 만나 앞을 볼 수 없는 목사의 주례로 흰눈이 내리는 겨울에 결혼을 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하나님의 참 사랑의 향기를 가정과 일터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은은히 풍길 참 그리스도인이 될 것입니다. 주여! 이들 가정에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총이 날마다 임하게 하옵소서!
주인이 종에게 이르되 길과 산울 가로 나가서 사람을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전에 청하였던 그 사람은 하나도 내 잔치를 맛보지 못하리라 하였다 하시니라. (누가복음 14장 23절～24절)
김호경 목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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