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직후부터 심리적 충격을 이겨낼 때까지는 “죽고 싶었다”는 말이고, 그후는 “앞을 볼 수 없는 내가 무얼 할 수 있게는가?”라는 말이란다. 자살충동과 좌절의 무기력은 귀하디귀한 시간들을 몇 년씩, 몇 십 년씩 통째로 삼켜버린다. 시각장애인은 비록 앞은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가 안내를 해주면 주변 거리뿐만 아니라 백두산도 올라간다. 막 중도에 실명한 사람도 장애 판정을 받는 순간 재활상담을 통해 삶의 안내를 받는다면 고통스러운 방황의 시간들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어엿한 사회 일꾼으로 삶의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시각장애인 재활상담사를 배치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형 병원의 안과 인력에 시각장애인 재활상담사를 의무적으로 선발토록 법제화하는 일일 것이지만, 이것은 상당한 논의와 시간이 걸릴 문제일 것 같다. 따라서 여기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제의 두 가지를 던져보겠다.
하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활용토록 하는 방안이다. 2012 년 현재 50인 이상의 사업체에서는 2.7%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켜야 한다. 만일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장애인 1인당 59 만 원의 고용부담금을 매월 업체는 내지 않으면 안 된다. 2010 년부터는 더블 카운트제라 하여 중증에 해당하는 1~3급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에는 장애인 2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장애인 고용에 다소 적극성을 띠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은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현재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헬스키퍼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안마사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체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키퍼는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매우 적절한 일자리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안마사자격증을 가진 시각장애인을 헬스키퍼로 선발하듯이 교육학이나 심리학 등 일정 이상의 전문 학력을 갖춘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를 시각장애인 재활상담사로 선발해 봄이 어떠한가를 병원측에 제의해 본다.
다른 하나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재활상담사를 대형 병원의 안과에다 파견하는 일이다. 사실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쉽지는 않은 과제다.
장애인 의무고용 몫으로 재활상담사를 뽑아도 헬스키퍼와는 달리 회사측으로는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며, 복지관에서도 재활상담사를 파견할 만큼 인력이 넉넉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눈앞의 이득이나 손실을 넘어 고귀한 생명을 지닌 중도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직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빛’을 잃는 것이 삶 전체를 잃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중도 실명인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임경억(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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