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유난이도 따사로운 이날... 꽁꽁 얼었던 땅이 질펀히 녹아 발자욱을 옮길 때마다 발모양이 새겨졌고 멀리 산등성이에 듬성듬성 덮여진 흰 눈도 안개꽃에 녹아내리고 봄이라는 새 계절이 와락 가슴에 누워져있듯 새로운 감동으로 몰려왔다. 어쩌면, 연일 계속된 추위로 인해 이렇게 비춰진 햇살이 처음 맞이한 따사함처럼 큰 설렘으로 마냥 끌어안고 싶었다.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그렇게도 시렸던 겨울을 버틸 수 있었음은, 어길 수없이 찾아오는 "봄"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보이지 않게 땅 속 깊이 박혀진 뿌리들이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의연히 서 있는 듯 했다.
이토록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창조 질서에 어긋나지 않게 기다림으로 기대함으로, 인내하며, 바라보면서 지난 그날은 따사로웠고, 지난 그 시간은 아름다웠으며, 그 순간은 영롱했음에 감사로, 찬양으로 그분, 주님께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이었나 보다.
아, 아, 이런 고백은,
때론 잔잔한 외침으로,
때론 흥건한 눈물로서,
영혼 깊은 곳에서의 절규도 될 수 있었으리라 .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추운 겨울을 더 더 실감케 하던 날... 아침 일찍, "할머니 집 괜찮으냐"며 손녀 윤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눈이 많이 오면 농장의 집이 무너질까봐 걱정되어 잘 때도 기도 많이 했다며 자기가 기도했기에 아무 일이 없는거라며 당당하게 하나님께서 자기 기도를 들어 주심을 표현했다. 순간 눈시울이 적셔졌다. 할머니 집이 걱정되어 하나님께 고사리 같은 두 손 모았던 그 가식 없는 기도의 모습이 내 가슴에 살포시 나래펴 앉고 있었다. 정녕, 그 밤의 잠을 여덟 살의 어린심령도 뒤척였겠지...
구정을 며칠 앞두고... 큰댁의 시숙께서 위암 수술을 하신다는 메일을 전해왔고, 다시 그 이튿날엔 수술 결과가 좋다는 연락이 전해지고, 하나님이 하셨음을 고백하며 집안에 기도꾼이 많아 승리했노라는 큰동서의 고백 속에 얼굴 모습은 어느 때 보다도 아름다웠다. 영혼의 뜨거운 기도이었음을 고백하며 새로운 삶의 쓰여짐에 대하여 구체적인 기도는 주님께서 그렇게 역사하셨음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 환한 미소 속에도 남편을 위해 혼신을 다한 절규와 끈질긴 기도 뒤의 많이 야윈 흔적을 보며 하나님께선 역사하셔서 응답하실 수밖에 없었음을 읽을 수 있었다 .
많은 연륜 속에 주님과 동행해 온 그 세월들... 그리고 시간들... 하지만 내 기도의 자리와 위치가 혼미한 채, 상실한 채, 덤덤한 심령으로 무뎌짐은 왜일까?? 손짓하며 다가서는 새로운 계절에, 욕심스럽게 움켜잡고 있는 허망한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기지개 펴보자. 그리고 주님을 향해 고백하리....
지난 겨울은 따뜻했습니다.
그해의 봄은 그렇게 찬란했습니다.
주님, 당신을 향한, 영혼의 신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갑중 권사(충신감리교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