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 20:28) -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아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면 십시일반으로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요시하여 지나칠 정도로 다른 무리에 대해 배타적이기도 하며, 나 보다 우리라는 말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수제를 당하면 모금행사가 빠짐없이 있었으며, 연말이 되면 불우이웃모금행사가 대중매체를 통해 연말행사로 굳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달러 부족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여 IMF 관리체제에 놓여있었을 때 기업은 연쇄적으로 부도가 속출했으며, 금융기관의 부실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 당시 국민들은 힘을 보태려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집안 장롱에서 금반지를 꺼내어 금모으기운동에 참여하였으며 국제뉴스에 소개 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글로벌화 되면서 국민들의 행태에는 개인주의화 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기업은 성과주의로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다보니 공동체의식이 점차 약화되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분명히 구분 되어야 하지만 공동체의식을 잊어버리는 것은 우리사회를 메마른 사회로 몰고 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체로 사람은 자신의 희생에 대해서는 인색하면서도 타인의 희생에 대해 감동을 받는 것은 인간행동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캐머런이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았던 타이타닉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98년 제70회 아카데미상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을 비롯하여 총 11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1959년의 벤허와 함께 아카데미상 역사상 최다수상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영화는 북대서양으로 가라앉았던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건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면서도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숭고한 희생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 건조한 호화 여객선인 5만 2천톤의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 10일 잉글랜드 남해안의 사우샘프턴을 떠나 뉴욕으로 첫 항해에 나섰을 때, 타이타닉호는 그때까지만 해도 물에 떴던 최대의 선박이었습니다. 하지만 타이타닉호는 목적지에 닿지 못했습니다. 나흘 후 오후 11시 40분, 호화로운 에드워드 왕조 풍 건조물이자 과학기술적 쾌거의 상징인 이 거대한 배는 맑은 하늘을 뒤로 하며 빠른 속도로 고요한 바다를 나아가던 중 빙산과 충돌했습니다.
아마도 선장은 타이타닉호가 최신의 여객선이어서 빙산을 부딪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타이타닉호에서 발생되었습니다. 빙산과의 충돌의 여파로 타이타닉호의 측면에는 깊이 파인 틈 사이로 바닷물이 흘러 들어가 거대한 배의 객실에는 물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공포가 고조되면서 두 시간 사십여 분이 지나자, 타이타닉호는 서서히 대서양의 얼음 같은 물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20대의 구명보트에는 2,200명의 승무원과 승객 중 절반만이 탈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정기선 카르파티아호가 705명의 생존자를 구해냈지만, 타이타닉호의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를 포함한 1,517명은 배와 함께 가라앉았습니다.
타이타닉 영화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순간까지 바이올린 연주를 한 남성의 모습입니다. 그 모습은 실제 사실이었습니다. 음악 밴드에서 활동하던 월리스 하틀리는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동요하는 승객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신의 밴드와 함께 침몰하는 순간까지 무려 3시간 동안 연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영화에서도 그려져 많은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월리스 하틀리가 연주한 곡은 그 때 타이타닉호의 침몰 상황을 잘 반영한 찬송가로 ‘내 주를 가까이’라는 곡입니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 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월리스 하틀리가 타이타닉호가 차가운 대서양에 침몰하는 순간까지 동요하는 승객을 위한 그의 밴드와 함께 목숨을 포기하면서도 끝까지 연주했다는 것은 감동적인 사건입니다. 만일 그의 연주가 없었다면 승객의 혼란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하는 것은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이며,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희생의 존귀한 가치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