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85년 4월 5일, 부활절에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선교사 아펜젤러(H. G. Appenzeller)는 도착 소식을 미국에 알리면서 그 보고서의 말미를 다음과 같은 기도문으로 마감했다.
우리는 부활 주일에 여기에 왔습니다. 그날에 죽음의 철장을 부수신 주님께서 이 백성들을 얽매고 있는 줄을 끊으시고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녀들이 얻을 빛과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아시아의 마지막 은둔 국가인 한국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들어온 개척 선교사의 기도 주제는 '자유와 해방'이었다. 선교지에 도착해 첫 번째 기도를 드릴 때 그 마음속은 복음서에 나오는 대목,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고향 나사렛 회당에서 첫 설교를 하실 때 택하셨던 성경 본문 말씀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 4:18~19, 사 61:1~2).
예수님의 사역이 그러했듯이, 그분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이나 목회자들의 사역이 자유와 해방인 것은 당연했다. 이 자유와 해방은 죄의 회개와 구원으로 이뤄지는 종교적이고 영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가난과 빈곤, 질병과 부상으로부터 해방처럼 육신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내포하며 나아가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구조로부터 해방까지 포함된다. 예수님의 사역은 굶주린 자를 먹이시고 환자를 고치시며 귀신을 내어 쫓으시고 죄를 사하신 후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심으로써 전인적 치유, 즉 영과 혼과 육의 온전한 구원을 선물로 주신 것이다.
개척 선교사 아펜젤러가 한국에 들어와 드린 기도의 의미가 그러했다. 그의 기도가 응답되어 그와 뒤에 들어온 선교사들 그리고 그들의 수고로 설립된 토착 교회에서 추진한 선교와 목회 사역은 세 가지 흐름으로 전개되었으니 전도와 예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령 사역, 교육과 친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양육 사역, 가난하고 소외된 자와 육체적 결함(handicap)을 지닌 자들을 위한 봉사 사역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사역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전개될 때 교회는 건강을 유지하며 하나님과 세상의 중재자로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고아원 학당과 선한 사마리아인 병원 1885년 부활절에 아펜젤러와 함께 개척 선교사로 내한한 언더우드(H. G. Underwood)가 서울에서 처음 시도한 일은 고아원 설립이었다. 그는 알렌(H. N. Allen)이 정동에 설립한 제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면서 한국인들을 접했는데, 병원 주변과 서울 거리에 버려진 고아와 걸인들을 만나보고 그들을 위한 시설을 세울 것을 생각했다. 그는 단순히 고아들을 데려다 먹여주고 재워줄 뿐 아니라 정규 교육까지 실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언더우드는 정동 서대문 성벽 아래 초가를 한 채 마련해 고아들을 불러 모았다. 1886년 2월에 한국 정부는 그의 계획을 승인하면서 다음과 같은 감사의 글을 외부를 통해 미국 공사관에 보냈다.
(다음호에 계속~~ )
이 덕 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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