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야 이제 그만 내려놓고 가자, 그러게 내 뭐라고 했니? 마음을 모질게 가지라고 안하든?"
해마다 나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지쳐있는 나,
가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는 나를 돌아 볼 때면 다섯 살 나의 어린 절을 돌아보며, 힘을 얻곤 한다.
내 나이 다섯 살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과 형제들의 보살핌 속에 지내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여름, 서울에서 파출부로 일 하시며 사시던 친 할머니께서 나의 고향인 충청북도 영동으로 내려오셨다.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께서 나에 대해 어떠한 말씀을 나누셨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의 기억 속에는 나를 볼 때마다 눈물을 닦으시며 나를 안아 주시던 어머니,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 올릴 때마다 나의 눈도 촉촉해진다.
지금도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컴퓨터의 좌판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 가던 날, 평소에도 어머니나 누나, 형들의 등에 업혀 다니기를 좋아했던 나는 그날도 어머니 등에 업혀 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는지, 뭐 하러, 왜 가는지 나 자신은 알지 못했으나 할머니와 부모님께서 사 주신 맛난 음식들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른들의 아픈 마음도 모른 채 말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는 할머니 한분과 나를 데려온 어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후에 부모님께서 내가 그렇게 가물거리는 기억을 떠올릴 때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서울에 도착한 다음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한번 더 진찰을 받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서 지금 다니는 한빛맹학교를 찾게 되었지"
어머니의 등에 업혀 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온 곳이 내가 생활해야할 수유리에 있는 한빛 맹학교였다.,나는 수유리에 있는 한빛맹학교, 맹아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부모님과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시던 그 할머니는 후에 나를 많이 사랑해 주셨던 한신경 교장선생님이셨다.
지금도 그분의 사랑과 기도를 받으며 공부하던 나의 선.후배들은 그분의 사랑과 기도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끝이 났는지 어머니는 나를 업고 교장선생님의 집을 나서, 내가 생활해야할 기숙사의 배정받은 방 앞에 도착했다.
내 방 앞에서 어머니의 훌쩍거리던 콧소리는 흐느끼는 소리로 바뀌었고, 내 몸에 닿아 나를 바치고 있는 어머니의 손에 힘은 나를 떼어 놓고 싶지 않으신 듯 강하게 느껴졌다.
"애미야 이제 그만 내려놓고 가자, 그러게 내 뭐라고 했니? 마음을 모질게 가지라고 안하든?"
그렇게 말씀하시며 나를 어머니의 등에서 강제로 떼어내려 했던 할머니셨지만, 할머니께서는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주셨던 분이다.
이제는 나도 어머니의 등에서 내려와야 한다.
김정호전도사(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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