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 (시 37:4) -
5월 중순 잘 알고 지내고 있었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이 있는데 입소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5월초 퇴소한 사람이 있어 가능하다고 했더니 당사자가 직접 전화를 드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휴대전화 벨이 울렸고 ㄱ 형제가 직접 전화를 하면서 “목사님이 입소를 허락하시면 다음날 월요일 아침 오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다시 전화를 걸어 지금 포천에서 떠날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짐을 실고 포천에 있는 시각장애인시설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 기사는 “서울까지 가면 택시 요금도 비싸니 의정부에 도착하면 용달차를 소개해주게다”고 했으며 의정부에서 용달차를 타고 오후에 에벤엘미션홈에 도착을 했습니다. 용달차 기사는 아파트 1층 입구까지 짐을 내려놓고 떠났으며 ㄱ 형제는 자신의 짐을 여러 차례 걸쳐 에벤엘 미션홈 거실로 옮겨놓았습니다. 이 간사는 “거실 옆방에서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고 말하면서 옷을 보관할 수 있는 옷장을 알려주었고 침대를 사용할 것을 말했습니다.
그는 약간의 시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 눈앞에 있는 물체를 인지할 수 있어 짐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ㄱ 형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말이 빠른 편이었고 말이 분명치 않아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입 안에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뇌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중학교 시절 영어 수업시간에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발음이 이상하게 들려 친구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하면서 “친구로부터 왕따를 당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고 무작정 집을 나가 부산으로 내려갔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밤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술주정을 하여 어머니와 자주 싸우곤 했다”고 했습니다. 그의 가정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기도 하고 자신도 학교생활에 적응이 안되서 아마도 가출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부산에 내려갔더니 직업소개소에서 고기 잡는 배를 타면 월 70 만원을 준다고 해서 배를 탔더니 고기 잡는데 필요한 개인장비 비용을 제외하고 고작 5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근해에서 수 십 차례 물고기 잡는 배를 탔으며 기술이 없어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그물 꿰매는 일을 했다고 하면서 생선회를 먹어보지 않는 회가 없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물고기가 잘 잡힐 때는 2~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하면서 체력은 무척 강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제주도 근해에서도 수차례 고기를 잡았으며 날씨가 나쁘면 제주도에서 잠시 여행도 했다고 했습니다. 가장 멀리 갔던 곳은 동남아까지 가서 참치도 잡고 상어도 잡았다고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된 것은 35세 때 배에서 심심풀이로 돈을 걸고 화토를 하다가 싸움에 말려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아 갑작스럽게 실명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에게는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는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그 이후 오른쪽 눈이 적출되었고 왼쪽 눈은 경북대 부속병원에서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하여 희미하게 물체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 장애인시설에서 전전하다가 적응하지 못한 것은 행동에 제약이 있을뿐더러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장애인시설에서는 공부를 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싶어 에벤엘 미션홈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부를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있고 공부에 대한 열등감이 무척 심했습니다. 나와 대화를 나누다가 말의 실수를 하게 되어 지적하면“ 제가 배우지 못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2008 년 고입검정고시를 치렀는데 수학, 사회, 도덕 과목은 이미 통과하여 국어, 영어, 과학 과목만 통과하면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동작구 자원봉사자 사이트 1356에 고입검정고시시험을 도와 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데 H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자원봉사자가 선교회 사무실로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도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대학에 진학했다고 하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시험 때까지 매주 2 차례 도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고입검정고시 시험은 8월 중순이며 앞으로 공부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녹음테이프로 혼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자원봉사자에게 도움을 받으면 아마도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ㄱ 형제는 안마사가 되고 싶은 부푼 꿈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8월에 고입검정고시에서 남은 과목을 통과하면 내년에 사단법인 안마사협회 수련원 과정에 입학하여 2 년 후가 되면 아마도 어엿한 안마사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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