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행 20:35) -
사람들은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만남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후배 목회자가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의 직업에 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대부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의 직업은 미국 공항에서 마중 나온 사람에 의해 직업이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만일 마중 나온 사람이 세탁 일을 하면 이민 온 사람의 직업은 세탁업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요리를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이민 온 사람은 요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언어에 불편이 없어 정보의 접근이 원활 하여 직업 선택의 폭이 넓지만 미국에서는 영어를 사용해야 하고 낯선 문화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만남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작년 연말에 가깝게 지내 왔던 지인들을 초대하여 흑석동에 위치한 올리브 밥(카페)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올리브밥을 운영하고 있는 조 집사 부부는 오랫동안 에벤엘미션홈을 후원했던 가정이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 함께 식사한 지인들은 공교롭게도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었습니다.
나와 임경억 부장은 신학과 사회복지를 공부를 했고 최대환 선생과 고정민 선생은 미국에서 상담학 석사과정을 공부를 했습니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문득 올리브 밥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식사 모임에 참여했던 지인들은 시각장애를 잘 극복했고 상담과 관련하여 공부도 하였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평소 올리브밥(카페)의 분위기는 조용해서 상담하기에 좋았고 조 집사 내외도 우리를 잘 이해하였기 때문에 우리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이라면 딱딱한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카페에서 상담을 하게 되면 음악과 맛있는 음식, 커피가 곁들여지기 때문에 내담자의 긴장을 완화해 주어 상담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심전심이란 말이 있듯이 임 부장 역시 중도시각장애 재활상담카페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임 부장이 특히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도 시각장애로 실의와 좌절을 겪었던 시각장애인이 자살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며 사업을 하면서 부유한 생활을 했던 사업가는 시각장애를 겪으면서 사업이 점점 어려워져갔고 결국 부도를 맞아 다시 재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와 헤어지고 여의도 40여 평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었던 집조차 경매에 넘어갔고 임 부장에게 전화를 하여 재활을 위한 상담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고위직 공무원으로 퇴직했고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그 아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재산으로 네가 충분히 살 수 있으니 밖에 나가지 말고 재활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머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어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습니다.
임 부장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안타까워했으며, 나에게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중도시각장애인에게 집에 찾아가는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말을 했습니다. 상담은 만남에서 시작되며, 사람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상담을 받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실명하면 그 길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에벤엘선교회에서는 2014년 2월 22일 1차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를 열었습니다. 상담은 예상보다 잘 진행되었습니다. 상담에서 특이한 사항은 상담자 4명이 중도시각장애인인이라는 것입니다.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프로그램은 상담자와 중도시각장애인 내담자, 그 가족을 포함하여 11명이 참여하여 식사와 커피를 마시며 상담을 했습니다. 이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재활상담프로입니다.
상담이 중요한 것은 재활의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수치, 좌절, 분노로 표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상담이 필요한 것이며 내담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상담자 역시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이 상담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 입니다.
내담자로 참석한 55세 A씨는 상담에 참여하기 전에는 갑작스런 실명으로 “머리가 꽉 막힌 것 같았으나 상담 후 머리가 뻥 뚫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할수록 상담의 중요성을 알게 했으며, 누구나가 쉽게 알고 찾아올 수 있는 중도시각장애인재활 상담선교센터가 세워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갖게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도시각장애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혼자가 아니라 둘입니다.”를 실천하는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선교센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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