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마태복음 6:28) -
중도시각장애인 상담카페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는 김유철 형제가 있습니다. 그는 인천에서 수차례 지하철을 환승하고 2시간이 넘는 먼 거리에도 안내자 없이 혼자서 상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형제는 sns를 사용하지 못하여 상담을 할 때면 일주일 전에 전화로 상담에 참여할 수 있는지 참여여부를 묻곤 합니다. 시각장애와 발달장애로 발음은 분명하지 않지만 참여하겠다고 대답을 합니다.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지만 나의 말을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상담에 참여했을 때 김형제가 시각장애와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시각장애와 발달장애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상담에 참여해서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을 했는데 김형제가 맹학교를 졸업을 했음을 알고 점자를 잘 읽을 것 같아서 내가 선물로 보관해왔던 시각장애인용 닷워치를 김형제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더니 그는 맹학교를 졸업은 했지만 점자를 사용하지 않아 점자를 읽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맹학교에서 10여 년 동안 공부를 했다면 점자를 잊고 싶어도 잊어버릴 수 없는데 그가 점자를 읽을 수 없다는 말에 언어장애가 아니라 시각장애와 발달장애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닷워치를 사용하려는데 점자를 읽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상담에 참여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가운데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내담자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김형제가 나의 작은 배려에도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선교 사역에 보람을 느낍니다.
근래에 들어와 '소확행'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소확행은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확행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30여 년 동안 일본경제의 침체로 인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소확행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행복이 많은 것을 소유해야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합니다. 물론 처음 소유할 때는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행복의 강도는 적어짐을 경험할 것입니다.
사회학자 로날드 잉글하트는 수년에 걸쳐 여러 나라에서 행복의 현상을 연구한 끝에 "행복감은 부의 증가와 함께 얼마간 증가하지만 그 증가폭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결론을 도출해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소유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충분하다고 여기는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자기가 가진 것의 소중함은 잊은 채 남의 것을 한없이 부러워합니다. 내가 가진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데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소중함을 잊고 삽니다. 세상은 다양성으로 가득하며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내가 살고 잇는 곳 근처에 실개천에서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해마다 여름밤이 되면 듣는 소리였지만 4월 중순에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들으니 새삼 새로웠습니다. 개구리는 아마도 날씨가 더워 여름이 왔다고 우는 것 같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개구리가 우는 소리에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이 되면 새싹과 꽃이 피고 비가 내리면 산뜻한 풀잎냄새를 느낄 때 생명의 신비를 경험합니다. 우리는 바쁜 생활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행복은 거대한 비전을 성취할 때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행복의 의미를 찾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전명훈(에벤엘 선교회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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