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잠 3:27) -
지구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열대성기후로 바뀌고 있어 뚜렷한 4계절은 사라지고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지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2011년 여름은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올해 여름은 평년 강수량보다 2배 이상 내렸다고 합니다. 7월 26일이었습니다. 오후에 국지성 폭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일찍 집에 귀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s통신사 기사가 오후 4시에 인터넷 설치로 에벤엘 미션홈에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폭우로 집에 귀가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서 인터넷 설치를 다음날로 미루고 싶었으나 미션홈 가족들이 인터넷을 하루 빨리 사용하기를 원해서 연기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매체가 되었습니다. 필자의 경우 특별한 날이 아니면 시각장애인 통신망 아이프리에 접속하여 신문기사를 시시각각 음성으로 읽고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만일 인터넷이 없었다면 정보를 접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는 시각장애인에게 정보처리와 문자에 눈을 뜨게 해주는 혁명적 매체가 되었습니다. 통신사기사는 약속시간에 미션홈을 방문하여 인터넷 설치를 했습니다.
기사와 헤어지고 난후 우산을 쓰고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으나 빗물은 살짝 흩날일 정도였습니다. 마을버스에 승차할 때만 해도 우산이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마을버스가 낙성대역 마을버스 정류장에 진입하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버스 지붕에 비가 부딪치는 소리는 요란했습니다. 우산을 쓰고 버스에서 하차하자마자 옷은 흠뻑 젖어 버렸습니다. 마치 하늘이 뻥 뚫린 것처럼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다른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고 비 쏟아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은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날입니다. 왜냐하면 주변 소리를 듣고 방향을 찾아 보행을 해야 하는데 비 소리가 방해가 되어 주변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길을 건너 골목길로 따라 가야 하는데 빗소리의 방해로 차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판단이 전혀 서지 않아 도무지 혼자서 길을 건널 수 없었습니다.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우산을 쓰고 도움의 손길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10여분이 지나자 어떤 청년이 다가와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는 것을 알고 도와주겠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그 청년의 도움으로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골목길 따라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조금 전에 도움을 준 그 청년이 골목길에 세워 둔 승용차 문을 열고 승차하라는 것입니다. 그 청년이 집까지 모셔다주겠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정중하게 사양을 했습니다. 만일 승용차에 승차하면 필자가 살고 있는 집의 위치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욱 고마왔던 것은 도움을 준 청년이 모르는체하고 지나칠 수 있었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승용차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도와준 것입니다. 필자와 전혀 알지 못하는데도 친절을 베풀었던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종종 작은 친절로 인하여 감동을 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죽기 전 1달러로 선행을 베푼 미국 경찰관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8월 18일 미국 BBC 등 각 언론은 순직한 경찰관 제레미 헨우드(36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마지막 선행(final act of kindness)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난 6일 CCTV 영상에서 헨우드는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 앞에 섰습니다. 그때 흑인 소년 다비언(13세)이 망설이며 다가가 "10센트만 빌려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헨우드는 "그냥 내가 사줄게"라며 다비언의 쿠키를 사주었습니다. 종업원에 따르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헨우드는 다비언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다비언의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헨우드는 가게를 나선지 3분 만에 괴한의 총격에 의해 숨졌습니다. 범인은 경찰에게 사살됐고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헨우드의 선행 모습과 그의 부모가 그의 장기를 모두 기증해 2명의 환자가 성공적으로 이식을 받았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미국 전역에는 그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대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요란한 구호가 아닙니다. 댓가 없는 진정한 친절에 있는 것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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