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를 하겠노라고 복지관으로 찾아오는 청소년들에게 나는 항상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오늘 눈에 안대를 하고 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어떤 불편들이 있을까?.”라고. 그때마다 대답은 이렇다. “책을 볼 수 없어 공부를 못할 거예요”
“찻길이 무서워서 건너지 못할 거예요”
“친구가 보낸 편지를 읽을 수 없어서 매우 답답할 거예요”
“식사할 때 반찬을 못 집어먹을 거예요”등등.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자 할 때는 먼저 장애인이 그 ‘장애’로 인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함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해본다거나, 진지하게 한번 그 불편함이나 어려움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 ‘자원봉사’의 가치가 피부로 절로 느껴진다.
자원봉사는 장애인이 할 순 있으나 하지 않은 일을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 때문에 전혀 할 수 없거나 또는 혼자 하기엔 힘이 부치는 일을 협력하여 도와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 하면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들 한다. 그래서 뭐든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시각장애인은 혼자서도 길을 다닐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으며 또 식사도 코로 하지 않고 입으로 잘 한다. 단지 ‘시각장애’로 인해 그러한 행동을 하기에 번거롭고 불편할 다름이고, 또 비장애인들과는 수행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스페인에서 인기 뉴스 프로를 진행하고 있는 시각장애 여성 앵커 누리아 델 사즈 씨도 미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다른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단지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라며 말했다 하니 평범한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보지 못해도 길을 다닐 땐 흰지팡이를 짚으면 되고, 책을 보려면 점자나 녹음테이프, 도는 디스켓 파일로 되어 있으면 된다.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장애인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 단지 불편만 있을 뿐이다”라고나 할까.
따라서 자원봉사라는 것은 장애인들의 불편한 것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으로써 그들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생산적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더듬거리고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다가가 안내를 해주는 일은 용기를 주는 일이다. 한 권의 책을 낭독해주거나 디스켓에 입력해주는 것은 지식 전달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신체의 눈을 잃은 시각장애인에게 ‘미래’를 보는 눈을 제공하는 일이다. 자원봉사라는 것은 ‘누구’ 에게나 열려져 있다. 그렇지만 또그것은 ‘언제나’ 열려져 있지는 않다. “저도 자원봉사를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봉사 영역도 있을까요?”라고 묻는 사람들은 모두 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음에 하지”, “시간이 날 때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코 봉사활동을 하지 못한다. 자원봉사는 말 그대로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고 결단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과 결단은 ‘기회’를 잡는 손이다. 마음을 두고 있지 않은 일에는 결코 기회란 찾아들지 않는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자원봉사 또한 하나의 ‘기회’인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가능성을 줄 수 있는 기회,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자원봉사가 가져다주는 인생의 값진 ’기회‘가 아닐까 한다.
임 경 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보문화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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