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지리라 (잠 11:25) -
우연히 KBS 도전 골든벨을 시청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도전 골든벨은 매주 마다 전국 각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방문한 고등학교 재학생중 100명의 패기 넘치는 청소년들이 50문제에 도전하는 퀴즈 프로그램입니다. 최후의 한 명이 50문제를 모두 맞출 경우 골든벨을 울리게 되며 골든벨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새겨지게 됩니다. 대체로 전반부의 문제는 상식수준의 문제이어서 누구나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내곤합니다.
그런데 그날 사회자가 두 번째 문제로 확장 파일명을 맞추는 문제를 냈는데 고등학교 학생 정도 수준이면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이어서 한 학생만 틀렸고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맞았습니다. 틀린 학생이 당당하게 답안 판을 들어 올렸더니 방청객 학생들은 모두 웃고 말았습니다. 사회자는 “학생이 남들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더니 “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은 정답을 몰라서 틀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틀린 것 같았습니다. 사회자는 특이하게 말하는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학생은 마치 선거운동 하듯이 말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 후보로 나가도 되겠다”고 하면서 “만일 대통령 후보로 나가면 어떤 공약을 내겠느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은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공약을 내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고등학생답지 않은 대답이었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라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텐데 뜻밖에 행복지수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말은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다고 할 때 그 학생은 행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여 취업을 하려는 것과 결혼을 하려는 것은 행복을 위하여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행복은 물질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행복이 추상적인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물질의 소유로 행복의 기준을 삼는 것 같습니다.
한국 중상층의 기준을 설문조사 했더니 소득, 주택, 자동차, 예금 등을 기준으로 한 반면 미국의 공립학교에서의 중산층의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중상층에 대한 미국의 기준은 우리와 확연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두 나라의 설문조사 대상과 질문 항목의 차이를 인정한다 해도 우리나라의 기준은 미국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물질적인 면에 치우쳐 있습니다. 미국이 자본주의체제 모델 국가라고 한다면 중상층의 기준을 우리나라 보다 더 물질의 기준에 치우칠 것 같았으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물질적인 조건을 배제하고 행복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증가하는 만큼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GNP가 높으면 국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줄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렇지 않게 되자 최근에는 GNH(국민 총 행복지수)로 행복지수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경제가 발전 할수록 정작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는 것은 행복을 남들과 비교하여 물질로 기준을 삼기 때문입니다. 만일 물질의 소유로 행복을 추구한다면 물질로 채우는 순간에 또 다른 욕심이 생겨 행복지수는 점차 낮아질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에리히 프롬이라는 심리학자는 “소유에 행복이 없다. 행복은 존재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유가 결코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데도 우리는 계속 속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행복을 위해 물질적 부족을 채우는 것에 연연하기보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한 이웃에게 도움을 준다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은 현제의 삶이 어느 정도 만족하기 때문에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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