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지혜로운 길을 네게 가르쳤으며 정직한 길로 너를 인도하였은즉 (잠4:11) -
2년이 지나면 에벤엘선교회 사역을 시작한지도 20년이 됩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에벤엘 미션홈의 가족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임대료가 부담이 되어 지인으로 부터 소개를 받아 사당 5동에 있는 가정집 반지하를 전세로 임차하여 선교회 사무실 겸 미션홈으로 사용하면서 에벤엘 선교회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가정집은 작았지만 언젠가 생활했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미션홈에 찾아 온 시각장애인들은 그 당시 미션홈이 방 1개와 거실로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따뜻한 가정이기도 했으며, 재활의 보금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시각의 장애는 어떤 장애 보다 몹시 불편한 장애입니다. 특히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절망 그 자체일수 밖에 없습니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어두운 환경에서 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특히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의 벽 때문에 한두 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ㅁ 선교회 모임에서 언어청각장애인들끼리 말하는 것을 수화 통역사를 통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장애인들 중에 가장 불편한 장애는 시각장애라는 것입니다. 말을 못해 구화나 수화로 의사소통하는 언어청각장애인들 역시 말할 필요 없이 많은 불편을 겪었을 텐데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그들의 눈에 비친 시각장인이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했으면 그렇게 말했을까요. 하지만 에벤엘미션홈은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라서 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뜻밖에 서로 위로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미션홈에서 생활했던 김준현 전도사가 작년 5월쯤 전화를 했습니다.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싶은 시각장애인을 소개하겠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미션홈에서 정원 1명이 여유가 있어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얼마 안돼서 김 전도사로 부터 소개받은 ㅊ 형제가 전화를 하여 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서울맹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못한 채 성남에 있는 비좁은 방에서 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가족의 눈치도 보이고 해서 잠시 독립하여 생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창업교육을 받으려 하는데 서울로 가려면 길이 복잡하고 경사가 가파른 길을 지나 전동차에 승차할 때까지 항상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 부담도 되고 해서 복지관 근처에 있는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몹시 좋아했습니다. 대체로 맹학교를 졸업하면 나이가 많지 않으면 안마사로 취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ㅊ 형제가 취업을 못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시각장애와 더불어 뇌병변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는 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형제와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났다는 것입니다. ㅊ 형제가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뇌병변증세로 머그잔을 놓쳤던 것입니다. 그 때 비로써 ㅊ 형제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놀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대학병원에서 받은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중복장애를 겪게 되면서 심리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에 비해 기억력도 좋지 않아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좌절감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는 겉으로 보면 쾌활한 것 같으나 내면적으로 보면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는 심리적 기복이 커서 화가 나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서 갑작스럽게 돌출행동을 하여 주위사람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ㅊ 형제의 행태를 알고 난 후 혹시 미션홈에서 생활하다가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6개월간 복지관에서 창업교육을 잘 받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ㅊ 형제는 나름대로 취업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2개월쯤 지난 후 ㅊ 형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취업을 했다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자초지경을 말하면서 “우연히 시각장애인 통신망 넓은마을에서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곤지암리조트에서 헬스키퍼를 찾는 공고가 나온 것을 알고 취업신청을 했더니 면접을 받으라는 소식이 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면접시험에 응시하고 나서 며칠 후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ㅊ 형제는“ 취업을 한 것도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면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주일에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ㅊ 형제는 남이 모를 아픔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결과 직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마다 어떤 길로 가야 할지는 알지 못하지만 한 걸음씩 주님을 의지해 걸어 가다보면 우리를 가장 좋은 곳으로 인도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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