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불쌍히 여기며 궁핍한 자의 생명을 구원하며 (시 72:13) -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길이 아니면 혼자서 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아 꼭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에벤엘가족 역시 공휴일에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8월 15일은 뜻 깊은 광복절이기도해서 에벤엘가족과 에벤엘미션홈을 거쳐 간 시각장애인을 초대하여 오랜만에 경기도 근교에서 산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산행을 하려면 시각장애인들만으로는 산행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문뜩 떠올랐던 것은 권호욱 목사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권 목사는 대학시절 맹학교에 방문하여 교회 청년부와 함께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와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으며, 신학교 시절에도 나와 가깝게 지냈고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이해심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권 목사는 나의 부탁을 듣고 교인들과 상의해서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1주일이 지나 제자교회 고 목사를 통해 ‘교인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섬기는 것을 무척 좋아 한다.’고 하면서 안수집사회에서 산행에 동참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산행준비는 신속하게 진행되었으며 교회에서 45인승 버스를 대절하고 점심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산행준비를 위해 안수집사회 총무인 김한식 집사와 일정과 시간을 세부적으로 조율했으며, 김 집사는 산행에 참여할 시각장애인의 이름과 나이와 관련된 자료를 메일로 먼저 보내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안수집사회 회원들이 시각장애인인을 안내하려면 가급적이면 연령에 맞는 안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예정대로 8월 15일 오전 10시쯤 버스는 총신대 정문에 정차했으며 안수집사들은 에벤엘선교회 사무실 앞에 도착하여 각자 자신과 짝지어진 시각장애인을 안내를 하여 주차되었던 버스로 향했습니다. 한 사람씩 버스에 승차하고 나서 고 목사가 출발 기도를 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과 안수집사회 회원을 포함하여 42명은 설레는 마음으로 비금계곡으로 향했습니다. 며칠 전 일기예보에 의하면 8월15일에는 비가 온다고 해서 산행이 가능할지 염려를 했지만 주님은 모처럼의 바깥나들이를 에벤엘가족에게 좋은 날씨를 주시며 허락하셨습니다.
평소에는 사당동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비금계곡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렸으나 그날은 여름휴가 막바지가 되어서인지 엄청나게 차가 막혀 버스는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버스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낼 것 같아 산행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에벤엘선교회 임경억 전도사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강의를 하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대하며, 어떻게 안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더욱 버스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자 산행 일정을 수정하여 버스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또한 신앙간증과 더불어 심광보 형제의 특송과 찬송을 함께 부르자 버스 안에서는 은혜가 충만했으며, 5시간이나 걸리는 여정에도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오후 3시에 비금 계곡에 도착하여 계곡 곁에 있는 식당에서 교제를 나누며 점심식사로 닭죽과 도토리묵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수박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산행을 하는 길 주변에는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였으며 공기는 아주 맑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상쾌함이 있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비금계곡에서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서울로 돌아갈 시간을 생각하여 오후 6시에 서울로 출발을 했습니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평소처럼 시간이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총신대 앞에 정차했으며 함께 짧은 시간을 보낸 에벤엘가족은 안수집사회원들과 아쉽게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나중에 비금계곡 산행을 마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안내를 맡았던 집사들은 시각장애인을 처음 대하는 것이어서 무척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에벤엘가족을 만나면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혹시 안내를 하게 되면 시각장애인을 업고 가야하는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입장에서 보면 일반인을 대하듯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을 대하면 될 것으로 생각 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처음 대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에 대한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만남을 통해 안수집사 회원들은 시각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에벤엘가족을 위해 휴일을 반납하고 섬겼던 것이 얼마나 보람을 느꼈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가능하면 1 년에 한번 씩 산행을 정기화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진정한 보람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 도움을 줄 때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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