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헤론, 언더우드 3인이 아국 정부와 백성을 위하야 부모 없는 아해와 가사(집) 없는 아해를 구제하랴 하고 집을 정하야 먹여 살니고 교장을 두어 한문과 국문과 공예지업을 가라쳐 나라의 씌이게 하신다 하오니 이는 세계상의 읏듬가는 선정이라. 우리 정부에서 생각지 못한 일을 이처럼 설시하랴 하시니 뉘가 듯고 조화하지 아니하겟삽 본 독판도 불승감사하오며 이 말씀을 우리 대군주께와 정부에 엿잡고 인민에게도 알녀서 귀국 의사의 후의를 칭송하게 삽고 무신 조역할 일이 잇든지 추선할 일이 잇거든 서로 의론대로 하겠삽내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언더우드는 1886년 5월에 고아 한 명으로고아원 학당을 시작했는데, 두 달 만에 학생 수는 10명으로 늘어났다. 이것이 오늘날 경신중.고등학교의 출발이다. 이처럼 언더우드는 한국에 와서 고아들을 데려다 먹여주고 입혀주며, 재워주고 가르치는 것으로 선교 사역을 시작했다. 고아원에서 이뤄진 교육의 내용에 주기도문과 성경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버려진 고아들과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고아원에서 교회와 사회의 지도자로 양육 받았다. 대표적인 민족 운동가인 안창호와 김규식이 바로 언더우드는 '고아원 학당'출신이다.
아펜젤러나 언더우드와 같은 해에 개척 선교사로 한국에 들어온 의료 선교사 스크랜튼(W. B. Scranton) 역시 가난하고 버려진 사람들에 대한 선교적 관심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는 서울에 도착해 얼마 동안 알렌의 제중원 일을 돕다가 1886년 6월에 정동에서 독자적으로 병원을 시작했는데, 이듬해 4월에 고종 황제가 그의 병원에'시병원'이라는 이름을 지어내려 보낸 것으로써 그의 사역에 대해 승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스크랜튼은 선교부 병원이 정부의 승인을 얻은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국왕의 환심보다 민중들의 환심 사기를 더 원했다.'의료 선교의 혜택이 서울 변두리 성벽 근처에서 진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가난한 환자, 특히 전염병에 걸려 버려진 환자들을 돌보면서 그들을 위한 진료 기관을 세우고자 했다.
'한국에선 집안에서 운명하지 못하는 것을 대단한 불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인 같은 사람들이 회생 불가능한 병에 들거나 전염병에 걸리면 성 밖으로 추방돼 짚으로 만든 움막 안에서 혼자 살도록 버려지는데, 이런 가련한 병자들에겐 집조차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버림받기 때문에 사망률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에는 이런 환자들을 돌볼만한 자선 기관이 거의 없는 형편이라 환자들이 살아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서울 성문 밖 어느 곳을 가보든지 이처럼 버려진 환자들을 수백 명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버려진 전염병 환자들을 왕궁(경운궁과 경희궁), 외국 공사관, 양반들의 저택들로 둘러싸인 정동 시병원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 환자가 찾아오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찾아가는 병원이 필요했다. 스크랜튼은 이런 환자들이 버려진 성문 밖에나 변두리 지역에 간이 진료소를 세워 찾아다니며 진료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런 자신의 계획을 선교 본부에 알리면서 '선한 사마리아인병원 계획'(Good Samaritan's Hospital Project)이라 칭했다.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얻어맞아 죽을 지경에 이르러 '여리고 골짜기'에 버려진 환자를 살려낸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역(눅 10:30~36)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이 덕 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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