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즉 선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고전10 :12) -
작년 겨울에 이어 올해 1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날씨가 비교적 따뜻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엘리뇨 현상으로 인한 기후 이상 현상이라는 사실에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촌의 기온 이상 현상은 우리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1월 24일은 선교회 사무실에 수도꼭지가 얼 정도로 1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였습니다. 에벤엘 가족이 선교회 사무실에서 예배를 드리고 난후 점심식사를 하곤 했는데 얼마나 날씨가 추웠으면 수도꼭지와 하수구가 얼어 점심식사를 할 수가 없어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교회 사무실에서 수도꼭지가 얼면 수도꼭지를 녹이는 것은 나의 목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몸이 웅크려져 보행하는 것이 불편해 선교회 사무실에서 집에 갈 때에도 마을버스를 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추위를 무릅쓰고 집에 도착하면 그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집의 따뜻한 공기가 나의 움추렸던 몸을 포근하게 하여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1월 26일에도 추웠습니다. 퇴근하여 집 가까이 가고 있는데 문득 수도꼭지를 잠그고 퇴근하였던 것입니다. 다음날은 날씨가 풀린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지만 혹시 수도꼭지가 얼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선교회 사무실로 되돌아가 수돗물을 졸졸 흐를 정도로 수도꼭지를 약간 틀고 퇴근하였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사무실 앞 횡단보도를 건너 사당5동 주민 센터 앞 2차선 도로를 건너려고 하는데 맞은편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고 나는 평소에 매일 건너는 길이라 신경 쓰지 않고 건너고 있는데 승합차가 후진하면서 뒷바퀴로 내 오른 발을 발고 지나갔습니다. 나는 ‘아야’ 소리를 질렀고 몸은 도로 위에 뒹굴었습니다. 그 순간 무엇인가 잘못 됐다는 생각과 함께 승합차에 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다행이 자동차는 천천히 후진하다가 멈추었습니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렸고 나를 부축하여 승합차에 태웠습니다.
운전자는 몸이 불편한 딸을 기다리다가 조금이라도 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후진을 했던 것입니다. 나는 큰 사고를 당한 것 같지 않았지만 만약을 대비해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했으나 병원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나에게 어느 병원으로 가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중대병원도 생각났으나 운전자의 형편도 넉넉지 않는 것 같아 보라매 병원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보라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운전자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음악 치료 강의 하는 딸을 위해 운전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집에 가던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IMF 이전만 해도 영등포에서 10여명의 직원을 두고 일을 했는데 사업이 잘 되어 한 번도 월급을 밀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IMF 때 연세부도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70여 평이 되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서도 직원의 퇴직금을 지불했다”고 하면서 “지금은 장기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마음이 편하다”고 했습니다.
보라매 병원에 도착하여 응급실에서 X레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병원 스피커에서는 우리가 타고 온 승합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 주차 하라는 안내방송이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나에게 “승합차를 다른 곳에 주차하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긴 시간이 지났는데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초조 했습니다. 승합차에는 시각장애인용 노트북이 들어있는 배낭이 있어 혹시 운전자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시각장애인용 노트북에는 목회 자료가 들어있기 때문에 노트북을 잃어버리면... 나에게는 소중한 재산 목록 중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운전자가 돌아오고 나는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으며 마음이 따뜻한 운전자를 의심 했던 것이 얼마나 미안했었는지 모릅니다. 다행스럽게도 의사는 “X레이 검사 결과는 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운전자는 나에게 “좋은 분을 만나서 감사하다.”고 하면서“집까지 모셔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앉아도 된다고 말했으며 2호선 낙성대역에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운전자는 나에게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이상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괜찮은 것 같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그와 헤어졌습니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사고는 예고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어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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