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롬 5:3) -
국내 최초로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를 열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진행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일지라도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득 방송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방송국PD를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실명했을 때 라디오는 나의 유일한 벗이 되었으며 그 당시 장애인을 위한 방송으로 KBS 내일은 푸른 하늘을 자주 애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 프로그램을 라디오방송을 통해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방송국에 취지를 설명하였고 홍보 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나의 기대와 달리 방송국 PD는 조금 신중했습니다. PD는 나에게 보도 자료를 보내주면 검토하여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며, 1주일이 지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PD는 나에게 방송국에 출연하여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를 직접 소개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방송에 출연하여 PD를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가 열리기 1주일 전에는 KBS 제3라디오방송과 극동방송에서 홍보를 해주었고 있어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014년 2월 방송을 듣고 선교회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내담자 ㄱ씨는 내가 내일은 푸른 하늘에 출현했을 때 라디오를 청취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당료로 실명한지 수개월 밖에 안 되어 청량리에 있는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인 재활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능한 빨리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내담자 ㄱ씨는“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혹시 쉼터에서 안내를 해줄 사람이 있느냐고 했더니 그렇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동작구 흑석동에서 모여 재활상담을 하기 때문에 청량리까지는 거리가 멀어 내담자 ㄱ씨가 혼자서 올 수 없을 것 같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냈던 최봉용 선생님에게 안내해줄 수 있는지 부탁을 했습니다. 최 선생님은 예전에 시각장애인 친선교류 모임에서 IBM 동료 직원과 함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알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임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려 최 선생님도 우리 모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 청량리까지 가서 내담자 ㄱ씨의 안내를 부탁했더니 최 선생님은 흔쾌히 승낙하여 청량리까지 가겠다고 했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는 오전 12시에 시작되었으며 내담자 ㄱ씨도 참석했습니다. 내담자 ㄱ씨는 대학에서 관악기를 전공하였고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전문 연주 팀을 구성하여 음악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하니 시간도 나지 않고 음악과 거리가 멀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는“건축 사업을 하며 한 때는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습니다. “실명 직전에 남산 케이블카 터미널 공사를 완공하였다”고 했습니다. 실명이 되면서 사업은 어려워졌으며 결국 사업을 접었고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어야만했습니다.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지자 노숙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쉼터에서 머물고 있었지만 너무 망망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와공감하는 것이며, 지지하는 것입니다. 상담자 역시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었으며 지금은 장애를 잘 적응하여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내담자에게 들려주면 대부분 내담자들은 공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시각장애를 겪을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담을 받고 나서는 내담자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내담자 ㄱ씨는 상담을 받고 나서 머리가“ 뼝 뚫리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상담은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내담자 ㄱ씨는 만족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최 선생님은 상담을 마치고 나서 내담자 씨를 청량리에 있는 쉼터까지 안내를 했는데 그는 “상식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사업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상대편 사람의 돈을 빼앗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것을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매월 상담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했고 시각장애를 받아들이는데 무척 힘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소개하여 기초재활과정을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지금은 안마사협회 수련원 과정에서 안마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를 겪고 나서 음악이 좋은 걸 알았다”고 했습니다. 2주 전에는 공부를 하고 있는 동료와 함께 시각장애인 하니 중창단을 구성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중창단 활동을 통해 시련과 좌절을 격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준다면 실명은 삶의 끝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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