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나는 시각 장애인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해서 참가하게 되었다. 지난 3주 동안 에벤엘 점자교실에서 점자 교육과 함께 시각 장애인에 대한 기본 에티켓 등을 배웠다. 이 날은 시각 장애인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산책을 하는데 3주 동안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내가 한 분을 맡아 길을 안내해 주고 그 분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3주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음, 이 정도는 실제로 시각 장애인들을 만나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전(?)의 날, 나는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 날, 날씨가 좋지 않았다. 우산을 들고 명동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면서 나는 서서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이 좋지 않은 날씨에 우산을 잘 들고 시각 장애인 분들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까, 나랑 같이 있다가 심심해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며 명동역에 도착했고, 3번 출구로 나오니 먼저 와 계시던 분들이 나를 맞이해 주셨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모두 모인 후 자원 봉사자 한 명당 시각 장애인 한 분을 맡아서 이 날 하루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나는 40대이셨던 아저씨 한 분을 담당하게 되었다. 아저씨께서는 대구에서 오셨다고 했는데 내가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고 매우 좋아하셨다. 그렇게 아저씨와 같은 경상도에서 왔다는 동질감(?)으로 말문을 트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남산 산책로를 걸었다. 산책로를 다 같이 걸으면서 중간 중간에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아저씨께서는 나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함께 사진을 많이 찍고 싶다고 하셨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셨다.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웃음이 나왔던 것이 아저씨께서 자꾸 “저 사진 잘 나오죠? 제가 좀 잘생겨서 그래요~”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아저씨의 연애상담도 해드리고 즐겁게 웃으면서 산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훅훅 지나갔다. 하지만 아저씨께 내 한 쪽 팔을 잡게 하고 길을 안내하면서 얘기를 같이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계속
구현정(자원봉사자-연세대 건축공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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