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4-03-08 15:30:46 , Hit : 38
 여왕을 기다리며

아빠가 읽어 주었던 동화책은 ‘옛날 옛날에’로 시작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났다.
나도 행복하게 잘 살았었다.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 옛날 옛날에는.
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엄마는 좁은 집에서 더 이상 못 살겠다고 궁궐이 있는 엄마의 고향으로 가버렸다고 했다.
아빠와 함께 누운 방은 깜깜했고 방밖에는 할머니가 좋아하는 드라마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빠, 자?”
“응, 왜?.”
“...엄마는 진짜 공주였어?”
“아니, 엄마는 여왕이야.”
“그럼 아빠는 왕이야?”
“아빠는 그냥 진주 아빠야. 왕은 아니야.”
“그럼 난 공주야?”
어둑어둑한 방안에서 아빠의 토끼 눈은 피곤함과 졸음이 가득한 채 나를 바라볼 것이다.
“아빠에게 너는 늘 예쁘고 소중한 공주지.”
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아빠의 손은 빗자루처럼 스르륵 힘없이 떨어졌다. 방문 밑으로 텔레비전 빛과 할머니의 코고는 소리가 스며 들어왔다.
“뭔 잠이 그리 많나?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할머니는 내가 덮고 있는 이불을 확 거둬 갰다. 할머니는 눈곱을 떼고 있는 내 앞에 밥상을 내려놓았다. 계란을 씌운 햄과 멸치볶음과 김칫국 그리고 밥이 밥상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우물우물 씹고 있는 나의 등 뒤로 할머니는 털썩 앉아 머리를 빗겨 주었다.
“할머니 머리 하나로 묶어줘.”
“아이다. 이게 예쁘다. 너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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