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필자는 단순히 한국 교회를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필자는 한국 교회의 이런 위기가 단순히 한국 교회만의 책임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갈등이 첨예하던 1940년대에 발단한 진보 진영의 WCC와 보수 진영의 WEF의 갈등 및 양극화가 있었다. WCC와 WEF는 사회참여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으며 결국 이런 이념적 충돌은 한국 교회의 교파 분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개인적 축복을 강조하는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융합, 1960-197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도시 집중 현상, 교회 성장 이론 확산 등으로 한국 교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교회로 성장하면서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는 성장 제일주의에 빠져 교회의 핵심적인 사명 중 하나인 사회적 나눔을 등한시한 채 부의 축적에 골몰하며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1974년 로잔대회를 기점으로 세계 교회와 세계 선교가 복음 전도와 사회참여를 갈등적 요소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상호 협조적 관념으로 이해하고 상생하는 자리로 나아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는 여전히 성장 제일주의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봉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로잔대회의 중심인물이었던 존 스토트는 복음 전도와 사회봉사를 새의 양 날개, 동전의 양면, 자전거의 두 바퀴, 남편과 아내의 유기적인 관계에 비유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관계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 교회는 이것이야말로 교회의 진정한 방향성임을 기억하면서 통전적 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목회자들이다. 통전적 교회관에 대한 목회자들의 의식 전환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그만큼 목회자들의 의식 전환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그 다음이 장로를 포함한 교회 지도자들의 의식 전환이요, 나아가 성도들의 의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목회자의 의식 변화는 곧 교회 지도자들의 의식 전환을 불러오고 이어서 교인 전체의 의식 전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한국 교회의 회복은 곧 목회자의 의식 전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계속
- 최무열(전 부산장신대학교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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