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 (골 3:17) -
에벤엘선교회에서 주관하고 있는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 기사가 작년 4월 16일자 기독신문에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고 신학교 후배 서한석 목사가 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정은총 학생이 있는데 진주에 내려와서 밀알 목요모임에서 설교도 하고 상담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진주까지 내려가는 것이 부담되어 서목사에게 어머니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여 전화를 걸었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재활 상담카페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흑석동에서 상담이 있으니 가능하면 아드님과 함께 참석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은총이 어머니는 “참석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작년 11월 상담카페가 있기 전날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은총이가 경기를 하며 쓰러져서 재활상담에 참석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는 은총이를 만나서 재활과정에 대해 빨리 만나 도움을 주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올해 10월 중순경에 은총이 어머니에게 “아들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다”고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은총의 어머니는 “상담카페에 꼭 참석하고 싶으나 아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면 경기로 쓰러질까봐 겁이 나서 서울에 가는 것이 자신이 없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서울과 진주 중간 지점인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11월 2일 오전 11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대전 복합터미널 근처에 있는 미스터피자점으로 가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피자와 샐러드바를 이용하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하였습니다. 은총이도 긴 시간 상담을 했는데도 말도 잘하고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은총이는 생각보다 무척 밝았으며 상담자의 말에 잘 귀 기울였습니다. 상담이 잘 진행되려면 상담자나 내담자가 서로의 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은총이는 나의 말을 잘 들으려고 했습니다.
은총이의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상담을 위해 어떻게 해서 실명했는지를 물어보아야 했습니다. 은총이는 작년 6월경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려고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친구의 집에 가다가 밤늦게 빗길에 미끄러져 전봇대에 부딪쳤고 친구는 충격으로 나가 뒹굴러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은총이는 경상대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했습니다. 곧바로 뇌수술을 받았지만 사고의 후유증으로 두 눈은 적출되었고 생사의 기로에 있었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했습니다. 은총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으면 그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외동아들이었던 은총의 사고로 아마도 부모는 큰 충격에 빠졌을 것입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은총의 어머니는“ 아들을 어떻게 하면 재활을 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재활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라고 했습니다. 특히 은총이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경기를 하여 불안감을 겪었다고 했고 최근에는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경기를 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활을 하려면 건강이 뒤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가능하면 평소에도 많이 걷고 집에서 누워있지 말고 아령도 하면서 건강에 신경을 써야 된다고 했습니다.
은총이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도 드럼을 치는 것을 좋아해서 드럼을 전공하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앞으로 직업을 선택하려면 본인이 좋아해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잘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예술은 조금만 잘 해도 안되고 일반인 보다 훨씬 드럼을 잘 연주할 정도가 되어야 직업이 될 수 있다고 했더니 은총이는 자신이 없었던지 쿨하게 “아쉽지만 음악은 취미로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은총이가 좋아하는 드럼을 대학에서 전공하는 것을 허락하려고 했으나 나를 만나고 나서 은총이의 진로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시각장애인이 재활에서 중요한 것은 점자교육, 보행교육, 컴퓨터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은총이와 처음 만나 상담을 했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습니다. 상담이 훌쩍 4시간이 지나 아쉬웠지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해야만 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은총이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목사님이 시간을 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하면서 “은총이가 목사님을 만나고 나서 점자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은총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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