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잠 3:27) -
작년 2월 초 전 극동방송 ‘참 좋은 내 친구’란 프로에 출현하여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참 좋은 내 친구’ 담당 PD를 알게 되어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능하면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 홍보를 극동방송 게시판에 방송해줄 것을 부탁하였더니“ 좋은 일을 한다”고 하면서 “방송을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상담카페가 있는 날이 되면 극동방송 게시판에 매월 한차례 방송을 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중도시각장애인재활 상담카페에 참여하고 있는 내담자들은 방송을 듣고 온 사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올해 5월경이었습니다. 김포시 덕포진에 살고 있는 내담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목소리는 어눌했고 분명치 않았습니다. 나는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에 대해 취지를 말하면서 상담카페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흑석동에 있는 올리리브밥(카페)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소개를 했더니 그날 내담자 조 집사는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운전을 하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로 시각장애와 지체장애를 겪게 되었고 전혀 생각지 못한 중복장애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좌절과 절망을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장애를 겪는 것은 난생 처음 경험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장애를 극복하려면 장애인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조 집사는 비교적 생각이 긍정적이고 성격이 밝았으며 그가 처한 환경에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고 상담을 받고 싶었는지 2시간 이상 걸리는 흑석동까지 찾아 왔던 것입니다. 그는 덕포진에서 아버님이 마련해준 작은 가겟방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바쁜 일을 제외하곤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카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에벤엘 선교회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야외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조 집사는 덕포진에서 야외상담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덕포진에는 교육박물관과 함상공원이 있는데 한번쯤 가볼만 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마침 그곳은 조 집사가 살고 있는 곳이고, 가겟방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덕포진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 20 여명이 대중교통으로 야외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아 제자교회 권호욱 목사에게 차량지원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승낙하였고 11월 29일 5호선 목동역에서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 20명이 모여 교회 버스에 승차한 후에 덕포진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여행을 무척 좋아 한다고 말하면 앞도 보지 못하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라도 여행을 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안내를 해줄 사람이 없으면 여행도 할 수 없으며 안내자와 함께 여행을 하기 때문에 여행경비도 일반인보다 많이 소요되어 여행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전 12시 30 분경 덕포진에 있는 아리랑 한정식 식당에 도착하여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고 오후 1시 반쯤 덕포진 교육박물관에 도착하여 입장을 했습니다.
교육박물관 교실은 옛날 초등학교 교실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으며 책상, 의자, 난로, 칠판 교과서 등 예전에 쓰던 추억의 물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덕포진 교육박물관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내 이인숙 선생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인 남편 김동선 선생이 설립한 사립박물관입니다. 시력을 잃고 아이들을 더는 가르칠 수 없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꼈던 아내를 위하여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하여 주겠다는 김동선 선생의 약속이 현실화된 교육박물관입니다.
이 선생은 우리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으며, 삶의 지혜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배웠던 동요를 풍금에 맞추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잠시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해서 행복했습니다. 또한 이 선생이 당당하게 강의하는 모습에서 남편의 배려가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를 알게 했습니다.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도 남을 의식하여 창피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삶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면 시각장애인도 일반인 못지않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흔히 장애를 극복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적당한 표현은 아닙니다.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것입니다.
2016년에도 야외상담프로를 더 확대하여 시각장애인 내담자들이 장애를 잘 적응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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