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레 19:14) -
에벤엘 선교회에서 자봉학교를 시작한지도 3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한시련 임경억 부장이 강사로 1년 동안 수고를 하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었고 내가 작년부터 자봉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대학생과 직장인들이며 토요일에도 자신의 시간을 내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사회에도 건강한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마음이 흐뭇합니다. 자봉학교에서는 시각장애인 에티켓, 시각장애인 체험, 점자교실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 시각장애인 체험은 수면 안대로 눈을 가리고 흰지팡이를 사용하여 보행하는 체험으로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너무 무서워 걸음을 걸을 수 없어 안내자의 팔을 꼭 잡고 보행을 했다고 하면서 안내자를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체험에서 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역시 처음 보행 훈련을 받으면 불안해서 보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막상 보행교육을 받게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독립적으로 보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강의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이며,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는데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키려고 합니다.
장애인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나의 누님과 같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장애인 누님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지적 장애인이었으며, 말도 어눌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동네에서 친구 없이 혼자 놀며 엉뚱한 일을 하곤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바보라고 불렀으며, 그녀 역시 당연히 자신을 바보라고 인식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바보네 집으로 불렀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동네서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가 장애인시설에 보내졌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로 장애인과 그 가족은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입니다. 마치 장애인을 둔 가정은 자신과 가족까지 죄인처럼 취급되기도 했습니다. 장애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잘못도 아닌데.....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이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은 남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제한된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얼굴이나 성격이 다른 것같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접할 수 있어 이해의 폭이 넓어져 사회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2월 중순 남강 고등학교 고아라 선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강고등학교에서 2016 따봉(따뜻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하려고 하는데 나에게 점자 교실을 맡아주시면 고맙겠다고 했습니다. 점자교실을 통해 고등하교 학생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즉시 승낙을 했습니다. 저 또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 강의를 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5월 11일 따봉시간에 나는 24명의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나서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나는데로 말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장애인은 불편한 사람이라고 했고 어떤 학생은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도 했습니다. 나를 의식했는지 많은 학생들이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불편한 사람이라는 성숙한 대답을 했습니다.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도 아니고 장애가 있는 다른 사람일 뿐입니다.
시각장애인 에티켓과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고 나서 6월 8일 다시 만나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시간에 점자를 배우는 것은 쉽지는 않았지만 점자를 통해 장애인을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는 강의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우리는 보아서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알고 나서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은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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