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0-01-15 17:00:52 , Hit : 34
 낚아내지 못한 자를 위한 변명

철수 배가 오기 전까지 매 순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리라 나는 애초부터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다. 갯바위에 내린 직후부터 서둘러 채비를 하고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웠다. 문학상 공모전 당선에 변수가 많듯 바다낚시에도 복병이 있었다. 이날은 전과 달리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바람에 떠밀려 바다 표층에 잔물결이 일었다. 강하게 부는 바람은 내가 낚싯대를 들고 서있기 힘들게 했고 낚싯줄을 한없이 옆으로 밀어냈다. 낚싯줄이 바람에 밀려 저항을 받으면 물속에 잠긴 낚싯바늘을 품은 내 미끼가 수중에서 자연스럽게 침강하는데 방해를 받는다. 물속에 흐드러져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먹잇감에 물고기가 입질을 하는 것이 낚시의 정석이다. 미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만으로 지렁이나 새우 같은 실제 먹이가 아닌 웜이나 미노우라고 불리는 가짜 미끼로도 얼마든지 대상어를 낚아내는 민물 플라이 낚시나 바다 루어낚시라는 장르도 성행한다. 가짜 루어미끼로도 얼마든지 물고기가 입질을 하는 것을 보면 물고기들은 먹이의 냄새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미끼의 시각적 요소에 훨씬 더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미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물고기를 속이는 것이 낚시의 근본 원리임을 생각할 때 바람이 잔잔할 때보다 더 무거운 납추를 달아야 하는 이런 상황은 낚시에 있어서 악재 중 악재가 틀림없었다. 이 강한 바람을 내 채비가 이겨낼 수 없다고 나는 판단했다. 망설임 없이 나는 차선책으로 목줄에 무거운 봉돌을 하나 더 달았다. 이로써 미끼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겠지만 무거운 봉돌이라도 달아서 감성돔이 있을 바닥층까지 내 미끼를 강제로라도 침강시켜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강한 바람 때문에 낚싯줄에 무거운 납추를 달아야 하는 내게 불리한 이 상황을 나는 신춘문예에 공모한 내 소설의 당선여부에 빗대어 이렇게 대비하였다.
'소설 속 이야기 상황전개가 외부요인(강한바람)에 의해 다소 부자연스럽더라도 소설은 누가 뭐래도 이야기가 있어야 하니까 우선 끝까지 밀고 나가보자. 대신, 이야기의 부자연스러움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복선이나 정밀한 상황 묘사로 만회해 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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