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2-09-14 17:22:44 , Hit : 76
 시각장애인에겐 사람이 필요하다

롯데마트는 시각장애인에게 절대로 친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여러 개의 안내음성은 주변 소리와 섞여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점자 블록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길 혼자 왔다면... 상상만으로도 진땀이 났다. 택시 기사는 그런 나의 긴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손을 자신의 팔위에 올려주고 사고 싶은 물건이 뭔지 물었다. 택시기사의 핸드폰으로 영업용 카카오톡 문자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택시기사는 내가 신경 쓰이지 않게끔 바로바로 취소 버튼을 누르는 것 같았다.
택시기사의 소중한 시간을 뺏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쇼핑을 빨리 끝내려고 했으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나는 한과를 사고 싶었는데, 브랜드마다 종류가 천차만별이라 한 가지를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직원들의 설명을 전부 다 기억할 수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눈이 보이지 않는 내가 이렇게 쇼핑이라니... 애초에 너무 과한 욕심이다 싶었다. "그냥 그거 주세요." 난 체념하듯 직원에게 말했다. 그때였다. "이걸 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조용히 안내만 하던 택시기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곤 일목요연하게 상자에 들어있는 한과의 개수와 가격을 비교해주었다. 직원들의 설명을 나만 듣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뭔가를 계속 적던 택시기사의 수첩에는 내가 물어보았던 물건들의 금액이 적혀있었다. 날 위해서 말이다. 정말 고마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타니 시간이 한 시간이 넘게 흘러있었다. 비 내리는 저녁 시간 택시 손님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나에게 할애해준 택시기사가 정말 고마웠다. 뭐라도 주고 싶었지만 택시기사는 한사코 나의 보답을 거절했다. 정말 차량운행시간만큼의 택시비만 받았다. 얼마나 고마운지 지금 다시 만난다면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다.
택시기사의 친절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렸다. 과연 언제쯤 시각장애인의 불편과 고통이 해소될 수 있을까. 나에게 배정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7시간. 이시간은 내게 턱없이 부족하다. 지체장애인에게 휠체어와 같은 보장구가 불편을 해소해줄 수 있다면, 시각장애인에게는 '누군가의 도움'만이 그 불편을 해소해줄 수 있다. 인간의 눈을 대신 해주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모를까. 아직까진 시각장애인의 옆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제도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늘려준다면 더욱 소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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