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가정 없이 사회가 존재할 수 없으며 가정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가정에 사랑이 넘치면 행복해 질 수 있지만 사랑이 상실되면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 그 사회의 건강의 정도는 그 사회에 속한 가정의 건강한 정도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가정을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가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명절이 다가오면 에벤엘의 집과 같은 장애인 시설은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명절에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장애인 시설에 들어와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지만 선뜻 말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가슴 깊은 곳에 남모를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장애를 점차 받아들이면서 장애의 아픔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5년 전으로 기억한다. o 형제로부터 선교회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에벤엘의 집에서 생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것으로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선교회 사무실을 설명한 후 전화는 끊을 때 o형제처럼 택시를 타고 선교회에 온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그 형제를 기다렸다. 이곳으로 오는데는 택시요금이 꽤 드는데 그 배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 염려가 되기도 했다. 20분이 지나서 o형제는 선교회에 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는 것 같았다. 말을 어렵게 꺼내면서 자신이 실명되기까지의 과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력은 좋지 않았으며 야맹증이 심했다고 한다.을 보냈다. 저녁이 되면 이리 저리 넘어져 정강이가 성한 날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장애라고 말하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o형제의 시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그가 하던 자그마한 사업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부채는 더욱 늘어나 감당할 수가 없었고 가족과 함께 살던 조그마한 집마저 차압을 당할 지경이었다. 남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그 조그만 집을 건지기 위해서는 부인과 헤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아마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심정이었던 것 같았다.
에벤엘에서 생활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그에게 재활에 대한 의지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르 ㄹ신앙적으로 위로하기 위해 로마서 말씀을 점자로 쓰고 읽어가면서 재활교육을 시작했다. 수개월이 지나면서 ㅇ형제는 처음 에벤엘에 입소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2년 과정의 안마사 교육을 수료한 후 안마사로서 취업을 하여 다시 가정에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보탤 수 있었다. 이렇듯 에벤엘의 집에는 다양한 사연의 식구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시각의 장애로 맹아학교를 다니고 나서 전문 침술 과정을 공부하는 ㅎ형제, 학교 재학 중 선배의 폭력으로 시력을 잃은 ㅈ형제, 맹아학교를 졸업한 수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신학을 공부하는 ㄱ형제, 철공소에서 작업 중 안전사고로 실명하여 17년간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에벤엘의 집에 들어와 중학교 검정 고시를 준비하는 ㅇ형제 등, 실명의 원인은 다르지만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에벤엘 가족들이 그 자그마한 보금자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ㅇ벤엘의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좌절과 절망의 상태에 있었지만 그 절망을 딛고 재활의 과정을 통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하기에는 좁은 10여 평 남짓 되는 공간이지만 에벤엘 가족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안타깝게도 경배로 이 따스한 보금자리를 읽어 버릴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에벤엘 가족들은 에벤엘의 집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선한 뜻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전명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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