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구원과 윤리의 통합으로서 사회봉사
2. 구원과 봉사
2.1. 봉사는 구원의 결과이다: 행위로서 봉사와 은총으로서 구원의 관계
복지가 인간 삶의 총체적인 지복(至福)의 '상태'라면, 봉사는 이웃을 향해 긍휼과 정의를 베푸는 '행위'이다. 복지(welfare)는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행복권의 실현을 최종 목표로 시행되는 인간의 보편적인 책임행위라면, 봉사(diakonia)는 구원의 은총에 대한 응답으로부터 기원하는 그리스도인만의 특수적 책임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적 의미의 사회봉사는 현세적인 물질의 필요를 충족하려는 행복주의에 그 강조점이 있기보다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의 선물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적 행위이고, 하나님사랑과 동등한(equal) 계명인 이웃사랑의 명령에 순종하는 의무론적 행위에 그 특징점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구원과 봉사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구원과 행위의 문제이며, 구원과 윤리의 상관관계에서 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출발점은 구원사건에서 시작한다. 기독교윤리의 동기와 목표는 일반윤리의 그것처럼 이성과 도덕성, 그리고 자연법에 기초하여 인간세계의 행복추구에 있지 않다. 그리스도인이 이웃을 향해 베푸는 긍휼과 정의의 행위는 인간세계의 행복실현이라는 보편명제가 아니라 은총으로 선사된 구원에 대한 응답이다. 봉사는 하나님편의 선물(Gabe)로 주어진 구원에 대한 인간편의 과제(Aufgabe)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개혁신학의 핵심 명제인 '오직 믿음으로만'(sola fide)의 잘못된 이해는 개신교 행위론에 결정적인 해악을 끼쳤다. 선행은 그것이 구원의 근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배격되어야 하는 것이지 구원의 결과로서 반드시 뒤따라야 할 행위임을 망각하는 '행위 없는 구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개신교신학에서 구원과 윤리의 문제는 전통적으로 칭의와 성화의 관계로 설명
되어왔다. 여기서 칭의는 단지 법정적, 선언적, 형식적인 의의 전가(轉嫁)를 의미하는 신분상태의 변화만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의, 내용적인 의가 성화된 자의 삶속에서 구현되는 도덕적 신분상태의 변화를 포괄하여야 할 것이다. 죄 사함의 '사건'으로서 칭의와 성령의 새롭게 하시는 '과정'으로서 성화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나 그렇다고 분리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은혜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지만, 그 구원은 선한 행위를 위한 목적으로, 즉 선한 일을 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엡2:8-10).
(다음호에 계속 ～～
김동춘(백석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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