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구원과 윤리의 통합으로서 사회봉사
2. 구원과 봉사
여기서 인격과 사역으로 구분되는 기독론적 틀에 따라 그리스도의 양면적 차원을 존재(being)와 행위(action)에 관한 자기규정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성육신은 하나님이면서 인간이신 양성론에 의해 표현되는 그리스도의 존재에 관한 기술이라면, 십자가 죽음은 죄인을 위해 대리적으로 죽으시는 그리스도의 구속적 행위에 관한 사건이다. 이 진술을 디아코니아적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의 존재방식은 섬김의 존재이고, 그것으로부터 그리스도의 행위방식, 즉 대속적 죽음의 행위가 결과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인격과 삶은 분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존재와 행위는 분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타자를 위해 대신 죽으시는 그리스도의 대리행위는 그리스도의 섬김의 존재로부터 기원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는 자기비하를 통해 종의 형체라는 디아코니아적 존재양식으로 계시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는 섬김의 존재 그 자체이시다.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가운데 있느니라."(But I am among you as one who serves, 눅 22:27)에서 '섬기는 자로(서)'라는 표현은 그리스도가 자신을 '섬기는 자', 즉 종 됨의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격(資格格)이 아니라, 세계의 주(主)이시면서 스승이신 예수 안에서 일어난 커다란 전환, 즉 신적 존재의 혁명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 그리스도(christos doulos)는 봉사자 그리스도(christos diakonos)이시다. 섬김의 그리스도는 세계와 우주의 통치자요, 심판자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원역설' (Urparadox)이다. 그러므로 섬김(diakonia)은 그리스도의 삶의 하나의 역할이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인 동시에 그의 보냄(mission)의 근거요, 내용이다.
이러한 섬김의 그리스도는 삼위일체론적 신학에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내적 존재방식은 언제나 상호침투와 상호내주라는 페리코레시스
적 원리에 의해 실존하신다. 삼위일체적 삶의 존재는 사회성(sociality), 상호성(mutuality), 친교성(fellowship)이라는 관계의 그물망 안에서 실존하시는 공동체의 원상(原象)이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는 언제나 타자의 존재 안에서 실존하는 '내실존'(內實存, inexistentia)이다. 그리고 내실존의 그리스도는 타자를 위해 실존하는 '위함의 실존'(proexistentia)이기도 하다. 타자안에서 실존하는 내실존(inexistentia)과 타자를 위해 실존하는 위함의 실존(proexistentia)은 모두 디아코니아적 본질 개념들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인격은 그 자체가 섬김의 존재라고 말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섬김의 존재는 타자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는 대속적 행위로 연결된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낸 신적 본질표현이다. 십자가에서 타자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신 아들의 자기희생(self-sacrifice)은 사실상 섬김의 존재로서의 그리스도의 본질표현이다. 따라서 우리는 '구원자 그리스도는 곧 봉사자 그리스도이다'. '우리를 위해 대속하시는 그리스도는 타자를 위해 존재하시는 섬김의 그리스도이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계~~속)
김동춘(백석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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