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준비해간 교재는 23곡의 찬송가를 간출인 것들이었다. 여는 예배를 마치고 난후 그분들을 만났을 때 약간의 한글 점자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점자를 배웠는지 물어보았더니 우리가 오기 전 한국에서 시각장애인 목사님께서 오셔서 그 분으로부터 배웠다고 알려 주셨다. 그러나 아직도 아, 야, 어, 여 조차 깨우치지 못한 분도 있었고 제대로 점자를 쓰지 못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이 다양한 분들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래서 점자를 읽는 분들은 틀린 부분들을 잡아 드리면서 아, 야, 어, 여 조차 알지 못하는 분들부터 차근차근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분들이 <ㄱ, ㄴ> 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 나, 다, 라>마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분들에게 물어보았다.<아, 야, 어, 여> 다음에는 어떻게 자음을 익히셨습니까? 그 분들의 대답은 소리 나는 대로 <가, 나, 다, 라> 가 아닌 <그, 느, 드, 르>로, <기역>소리는 <그>로 <니은> 소리는 <느> 이런 식으로 소리 나는 대로 <기역 니은>과 <가 나 다 라>를 익혔던 것이다. 그런데, <아, 야, 어, 여>를 하루 만에 익힌 김 선생님이 자음을 배울 때 이런 질문을 했다.<그>하고 <아>하고 합쳐지는데, 어떻게 <가>가 됩니까? 또 한 번 난관에 부디 쳤다. <그>와 <아>가 합쳐진 다는 것은 <기역>과 <아>가 합쳐진다는 뜻인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셨다.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렇게 제안했다. 자, 그럼 <그> 하고 <아>가 합쳐지면 어떻게 <가> 가 되는지를 알아봅시다. <그> 발름은 한국에서는 <기역>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기역>소리와 <아> 소리가 나면서, 가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 이렇게 해봅시다.<그>와 <아> 소리를 빨리 빨리 해보면서 가 소리가 날 때까지 소리를 내봅시다. 그랬더니 그분의 음성이 밝아졌다.<그 아 그 아 그 아 그 아 가> 선생님 됩니다. <그>하고 <아>소리를 빨리했더니 <가>가 됩니다. 김 선생님은 어린 아이처럼 소리 내어 웃고 계셨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러면서 마치 달리기 선수가 달리기를 하듯 <가, 나, 다, 라>를 익혀 나가기 시작했고, 하루만에<아, 야, 어, 여>를, 그리고, 다음날은 <가, 나, 다, 라>깨우칠 수 있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시작하고 마칠 때 마다, 예배로 시작하고, 마쳤고 하 선교사님께서 예배 인도로 예배를 드려다.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이 나면, 점자 교육이 시작되는데, 시작될 때 기도와 찬송으로, 마칠 때도 기도와 찬송으로 마쳤다. 하루는 새벽 예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누군가 갑자기 급하게 나를 찾는 바람에 놀라 무슨 일인가? 하고 물어보았더니, 최 선생님이 나를 찾고 계셨다. 그분이 우리가 가지고 간 교재의 한 부분을 만져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선생님 이거,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맞디요? 나는 얼른 침착하게 최 선생님을 진정 시키고 예배를 마치고나서 다시 봐 드리기로 약속했다. 예배가 끝이 나자 최 선생님이 다시 나를 찾았다. 선생님, 이거, 455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맞디요? 예 맞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이야기 하시는 것이었다. 선생님 내가 이거 새벽 3시부터 일어나서 지금까지 읽었디오 예배 시간은 새벽 6시였고 그분은 새벽 3시부터 예배가 시작되는 6시까지 찬송 455장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은 것이다. 감각이 무뎌져서 잘 짚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장작 3시간동안 ‘주 안에 있는 나에게’를 1절부터 4절까지 읽은 것이다. 나는 그 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분께 엎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고 싶다. 저녁 Q.T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때 말씀은 시편 145편의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다. Q.T역시 하 선교사님의 인도로 진행 되었는데, 그때 우리는 그 말씀에 대해 은혜 받았던 것들을 이야기 하거나, 아니면 그날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또 무엇을 느꼈는지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이런 고백을 했다. "나는 말씀은 잘 모르지만, 다윗이라는 사람이 왕이었다는데, 나는 왕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그 왕이라는 다윗이 하나님을 왕이라고 불렀다는데 나도 그 왕이신 하나님을 나의 왕으로 모시겠습내다." 담배를 끊지 못하고, 또 끊지 않겠다고 말했던 최 선생님이 또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최 선생님이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을 듣는 순간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김정호 전도사(시각장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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