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암의 성자'이세종과 이현필의'동광원'
일제 말기에 전라도 일대에서'도암의 성자'라고 불렀던 이세종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세종은 전남 화순군 도암면 등광리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결혼한 후 악착같이 재산을 모아 부자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우연히 성경을 얻어 읽던 중에'참 진리'를 발견하고 믿음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선교사나 목사의 지도를 받지 않고 혼자 성경을 공부하는 중에 중세 수도자들 이상의 순결, 순종, 청빈의 삶을 살았다. 우선 진리를 깨달은 후 자기 이름을'공'으로 바꾼 후 무소유의 삶을 살기 시작했는데, 성경에 기록된 말씀대로 자신의 소유를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자신은'구멍 뚜러진 모자, 누더기 베옷, 해어진 고무신, 모든 것이 거지보다 나을 것이 없는'생활을 했다. 육식을 금하고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빈대와 파리조차 죽이지 않는'생명 경외'를 실천했다. 걸인이 찾아오면'나그네를 대접하기를 천사처럼 하라'는 말씀대로 정성스럽게 밥을 지어 소반에 차려 걸인을 방안으로 들여 먹이면서 자신은 마당에서 거친 음식을 먹었다.
그 무렵 서울 감리교신학교에서 조직 신학을 강의하다가'영적 위기감' 때문에 낙향했던 정경옥 교수는 화순으로 직접 찾아가 그를 만나본 후'조선의 성자'로 세상에 소개했다.
'남한 지방 화순이란 곳에 이상한 사람이 한 분 계신다. 그는 학식도 지위도 없는 산골 농부이다. 그러나 그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운 후로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인고를 즐겁게 받고 있다. 그는 불상한 거지나 어려운 생활을 하는 빈민들을 생각하면 부드러운 밥이나 맛있는 반찬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아니한다고 했다. 그는 잘 때에 이불을 덮어도 몸을 절반만 가리우고 잔다. 왜 다 덮지 아니하느냐고 물으면'잘 곳이 없어 길가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아 이불을 끄을어 덮기 어려워 손이 떨린다'라고 한다.'
이세종의 제자 이현필도 스승 못지않은 수도자였다. 그도 스승의 뒤를 이 어 절대 순결, 순종, 청빈의 삶을 살았다.'맨발의 성자'라고 불렀던 그는 일제 말기부터 화순, 광주, 남원, 진도, 금곡, 벽제 등지에서 제자들을 모아 말씀과 기도 그리고 노동 중심의 수도 공동체를 만들었다. 해방 직후 좌우익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 여순반란사건이 터진 직후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광주 무등산 자락 밤나무골(지금)로 몰려들었다. 그곳에서 이현필의 제자들이 수도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제자들이 갈 곳이 없는 고아들을 돌보다 보니 수도 생활에 방해가 될 것은 당연했다. 제자들은 화학 산에서 40일 금식 기도를 하고 있던 이현필에게 사정을 알려 지침을 구했다. 되돌아 온 것은 간단한 성경 말씀(약 1:27)을 적은 종이조각이었다.
제자들은 본격적으로 고아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정부로부터 가장 모범적인 사회 복지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광주 귀일원의 모체인'동광원'의 출발이다. 이현필은 그동안 산 속에서 수도 생활을 하던 제자(수녀)들을 고아원 보모로 내려 보냈다. 성경의 말씀과 스승의 삶을 따라 절대 순종, 순결, 청빈의 삶을 살던 제자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고아들을'섬기면서'돌보았다. 동광원의 일을 하다가 짜증을 내거나 싫증을 느끼는 제자가 있으면 이현필은 즉시 그를 산 속으로 불러들여 기도하고 말씀을 읽게 했다. 순결과 순종의 영성이 회복된 후에야 다시 고아원으로 내려 보내 봉사하게 했다.
회복해야 할'처음 사랑'
그리스도인 삶의 궁극적 목표인'경건'은 사회적 구제 사업과 종교적 영성 훈련을 통해 이뤄진다. 이 두 가지는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과 보완의 관계를 이룬다. 둘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온전한 경건이 될 수 없다. 순서를 정하자면 영성이 먼저이고 구제는 다음이다. 그리스도와 만남으로 얻어지는 영성의 힘으로 사회적 약자를 섬기며 봉사하는 것이다. 기독교 사회 복지 사업은 물질이나 조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영성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 사회의 복지 사업과 다른 점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 덕 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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