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내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회상해 보았다. 괴롭거나 힘들 때마다 나를 지켜준 것은 음악 감상, 독서, 영화감상, 타지로의 여행, 글쓰기. 그 중에서도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내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감정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점자 도서관에서 ‘장애인 생활’에 관한 원고 제의에 흔쾌히 승낙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책을 통해 보게 하고 싶어서 장애인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가 되려 하였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백을 사랑으로 채워 주고 싶고 나의 책을 읽고 그들 모두 하나가 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날을 꿈꾸며 많은 시각장애인들을 접하고 그들의 마음을, 입장을 글로써 대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시각장애인들은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만 화면 해설이 잘 되어져 있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화면 해설 영화는 극히 일부일뿐더러 상영영화도 수적으로 턱없이 부족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영화가에서는 새로운 영화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화면 해설을 한 영화는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장애인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비장애인의 관심과 배려도 시급하지만 장애인들의 닫힌 마음자세의 개선역시 필요조건 중 하나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도 장애인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그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수고와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즉 ‘바라보기 사랑’이 아닌 ‘마주보기 사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주보기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다가서서 그들의 내민 손을 잡아서 그들을 통해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스스로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들을 살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그들은 더욱더 큰 관심으로 우리 장애인들을 인도해 주리라 확신한다.
유 승 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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