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을 넘어서 변화로: 진정한 이웃이 되라
현대 사회는 고령화, 저출산, 다양한 소수자집단의 등장, 환경파괴 등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자원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사회는 경제위기 이후 소득 및 문화, 교육 기회에 있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자원동원 방식이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제기되어야 한다. 즉,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공익적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있어 국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가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방도에 대해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것이 필요하다.
21세기의 최대 화두는 지속 가능성(sustain ability)이다. 19세기와 20세기가 성장과 발전 패러다임에 사로잡힌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지속 가능한 발전만이 발전으로 인정되는 세기가 될 것이다. 가족과 지역사회를 강화하지 않는 발전 방식은 결국 파괴적인 발전,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발전이며, 장기적으로는 발전이 아니다. 이웃과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과 발전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 다음 세대의 빈곤을 담보로 이룬 경제적 풍요는 즉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생태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얻은 일자리와 소득, 저개발 국가의 아동과 여성들의 노동을 착취한 대가로 얻은 경제성장은 오히려 독이 되어 전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국가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로서의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사회정책과 제도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문제는 존재하고 있고, 점점 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제도는 인간이 가진 양심의 표현으로서는 가장 위축된 방식이다. 사회문제를 제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무지와 오만의 소치이며, 오히려 가장 비인간적인 방법이다. 법이나 제도에 앞서 지역 내의 문화를 만들고, 이를 확산함으로써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해결 방식이다.
지역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도덕적 우월감과 자선행위로서가 아니라 연대의식과 참여를 통해 함께 지역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라야 진정한 기부문화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부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부는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 ‘누가 진정한 이웃인가?’에 대해 주신 가르침이 바로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웃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깨닫게 되면 어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9세기 영국의 빈민가를 다니며 가난한 사람들을 방문하고, 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던 사람들이 있다. 가난은 개인의 무능과 게으름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돕기보다는 벌을 주어 깨닫게 해야 한다고 믿었던 당시의 오만한 지식인들을 야단치고,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돕지 않으면 영국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당시의 양심적인 크리스천들이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율법에 매달린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나그네들, 외로운 사람들, 우리에게 찾아온 작은 예수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유럽을 복지 선진국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교회는 이러한 신앙과 양심의 선배들의 가르침을 따라 예수로부터 위임받은 나눔의 사명을 기쁘게 받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동우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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