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재물보다 명예를 택할 것이요 은이나 금보다 은총을 더욱 택할
것이니라 (잠 22:1) -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기부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회입니다. 적자만이 생존하는 사회에서 기부가 발달한 것을 보면 이해가 잘 안될 수 있습니다. 기부란 소외된 이웃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부한다는 것은 부자와 소외된 이웃이 공존하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자는 소수만이 누리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소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부자들은 누구보다 돈에 집착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돈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돈은 생존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기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미국에서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2006년 6월 재산의 85% (310억 달러)를 기부한 세계 2위 부자인 워런 버핏이나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이 부인과 함께 세운 ‘빌 앤 게이츠 재단’에서 자선 사업을 펼치기로 한 세계 1위인 빌 게이츠가 대표적입니다. 또, 고든 무어, 조지 소로스, 엘리 브로드, 월튼 가문, 알프레드 만, 허버트 샌들러, 테드 터너, 마이클 델 등도 2006년 기준 1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사랑을 했을 텐데 사랑하는 대상을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독특한 문화는 부자들의 재산을 평가할 때 기부했던 기부금 역시 포함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기부가 일반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세계적인 부자들이 사회에 기부한 것은 최근에만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온갖 편법으로 석유시장을 장악하고 석유사업의 동맥인 철도를 차지하고 뇌물과 리베이트로 경쟁자를 물리치며 노동 운동을 철저하게 탄압했던 록펠러.
하지만 말년의 그는 “하나님께 돈을 버는 재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며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습니다. 록펠러가 ‘우리 시대에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에서 ‘위대한 기부자’로 제 탄생할 무렵,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도 ‘기부왕’으로 거듭났습니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평소 소신대로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했고, 은퇴 후에는 자선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위대한 기부’가 있었을까요?
1770년대 후반 가난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임상옥은 조선의 인삼 독점권을 따내며 당대의 거부(巨富)로 올라섰습니다. 그는 홍경래의 난(1811년) 때는 방수장으로 의주성을 지키는 데 공을 세웠고, 자신의 재산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한 공로를 인정 받아 곽산군수를 거쳐 구성부사로 임명됐습니다. 임상업은 77세로 죽을 때까지 빈민구제와 시(詩)로 여생을 보냈습니다. 록펠러와 카네기가 기부와 자선에 나선 것보다 50~60년 빠른 일입니다. 임상옥보다 더 앞선 시기에는 제주의 빈민을 구제한 김만덕이 있고, 일제강정기에는 평양의 여성 기부왕 백선행이 있고 영남대학 전신인 청구대학에 토지를 기부한 경주 최부자 최준은 많은 토지를 기부했습니다.
원칙과 사회를 위해 살다간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도 ‘당대의 존경받는 부자’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부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8%로 개인 기부가 83.6%에 달하는 미국과 사정이 크게 다릅니다.
개인의 기부에 대해 기대 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기부가 적기 때문에 앞으로 늘어 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름난 부자가 아닌 새우젓 할머니와 식당 할머니들이 “돈이 없어 못 배우는 설움이 없게 해주소”라며 봉투를 내려놓고 황급히 돌아서는 것도 우리 나라 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부 할 수 있는 것은 돈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주셨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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