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고전 15:10) -
15년 전 저는 에벤엘 선교회에 처음 입소하여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96년 4월 5일 그 날은 고난 주간의 마지막 날이며 부활 주일을 하루 앞둔 토요일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학교에서는 고등학생이 되면 안마나 침을 배우게 되는데,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때만 해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가 되면 실습을 할 업소를 찾아 실습을 나가야 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 일을 하여 자기 수입을 얻습니다. 저는 어렵사리 실습할 업소를 찾아 실습을 나가 일을 시작했으나,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졸업과 동시에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맹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있으면서도 늘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직장을 얻어 다시금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람들과의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도중하차하고 말았고 다시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학교 선배로부터 에벤엘 선교회를 소개받아 입소하게 된 것입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그날 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목사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무사히 선교회에 도착했습니다. 그때에 어머니와 저의 반응은 참으로 엇갈린 반응이었습니다. 거실 겸 주방 하나, 방이 하나, 화장실이 전부, 그것도 반 지하인 그곳을 보시고 어머니는 할 말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안도하는 저의 표정을 보신 것 같았고 목사님과 몇 마디 말씀을 나누지도 못하시고 일단 작은형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조금 후에 함께 생활하게 될 분이 합류해 순식간에 식구는 두 사람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날 저녁 목사님께서 예배를 인도하셨고 그때 주신 요한복음 1장의 말씀은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다음날이 되자 선교회 전화벨이 울려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작은형의 엄하고 격안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 나왔습니다. “거기는 뭐하는 곳이냐? 왜 거기에는 가서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리는 거냐? 네가 그 곳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 저에게서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자 수화기를 건내 받으신 어머니의 단호하고도 딱딱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또다시 흘러 나왔습니다. “거기에 오래 있을 생각 말고 직장을 구해서 그 집에서 나오도록 해라”
~~~~계속
- 안산 제일교회 실로암부(시각장애인)교육전도사 김정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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