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잠 16:3) -
ㄱ 형제를 만난 첫 인상은 선한 이미지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시각장애가 있었으며, 맹학교를 졸업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맹학교는 일반학교와 달리 기숙사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지만 ㄱ 형제의 부모님은 얼마나 교육에 열의가 있었으면 아들을 위해 서울맹학교 근처로 이사했을 정도였습니다.
부모님은 ㄱ 형제가 시각장애가 있었지만 안정된 직업을 갖기를 원하셨고 맹학교 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ㄱ 형제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여 대학에서 특수교육과를 졸업하였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에 춘천 명진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중 소프트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장애인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맹학교 교사를 그만 두고 실로암복지관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교사로서의 삶을 살기를 원했는데 교사를 그만 두었으니 큰 실망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ㄱ 형제는 ㅇ교회에서 실시했던 필리핀 비전 트립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평신도 선교사로 헌신하려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는 마닐라 외곽에서 교도소 선교와 소외된 시각장애인 선교를 하고 있는 ㄴ 선교사를 만나 선교에 도전을 받았으며, 바기오지역에서 맹학교를 운영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시각장애인으로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ㅈ 선교사의 사역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평신도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ㄱ 형제가 직장을 사직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필리핀으로 선교하러 간다고 하니 이해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은 완곡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ㄱ 형제는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과 다투게 되니 필리핀 선교하러 가기 전까지 에벤엘 미션홈에 머물게 해달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ㄱ 형제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 에벤엘 미션홈에서 생활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ㄱ 형제는 필리핀에서 만났던 ㅈ 선교사님의 선교사역을 돕기를 원했습니다. ㄱ 형제는 마음이 순수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직장을 그만 두고 선교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우리나라는 평신도 선교사가 설 자리가 적기 때문에 단기 선교가 아니면 신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필리핀에 가서 선교사역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ㄱ 형제는 기도하고 나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평신도 선교사역을 포기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입시 준비를 병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TEPS와 많은 성경구절을 암송하는 과정에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의 비전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ㄱ 형제는 2007년 장노회신학대학원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일반인도 합격하기 어려운 공부를 해낸 것입니다. 그는 신학교 졸업 후 ㅇ교회에서 청년부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ㄱ 형제가 필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목소리는 들떠있었습니다. ㄱ 형제는 “필리핀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선교사님의 소개로 필리핀 C자매와 결혼을 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필자 역시 무척 기뻤습니다. 물론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필리핀 선교를 향한 그의 기도를 하나님이 응답해주셨습니다.
필자는 ㄱ 형제의 결혼을 축하기 위해 5월 14일 사학연금회관에서 거행한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신부의 부모는 여권 발급이 여의치 않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많은 하객의 축하로 축복이 가득 찬 결혼식을 했습니다. 부모 없이 낯선 이국땅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인데 신부는 ㄱ 형제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결혼을 했을까요?
인생여정에서 진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낯선 길로 가는 것은 모험이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길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낯선 길로 가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는 기쁨이 있습니다.
주님의 부름에 의해 낯선 길을 선택했던 ㄱ 형제에게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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