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 (빌 1:6) -
경제가 발전하면서 가치의 기준을 돈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대가로 많은 돈이 지불되면 높은 가치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낮은 가치가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국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할 때도 1인당 국민소득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 날은 아침에 비가 잠시 내리다가 오후로 들어서면서 날씨가 개어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였습니다. 투표를 하고 가족과 함께 점심식사 메뉴로 샤부샤부 칼국수를 먹고 낙성대에서 모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린 아기와 함께 나들이 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낙성대는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의 생가가 있는 곳이며 강감찬 장군이 태어났을 때 그의 어머니가 태몽으로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고 해서 낙성대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낙성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산책하기도 좋고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오랜만에 운동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만일 그날 대형놀이기구가 있는 곳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비용을 지불했다고 해서 가치가 있는 것은 꼭 아닙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느 날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 자주 이용하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었는데 미용실 원장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목사님이 집에 가려고 길을 건너려는 모습을 미용실에서 종종 볼 때 마다 도움을 주고 싶어서 머뭇거리면 식당 주인이 식당에서 나와 목사님이 길 건너는 것을 도와준 다는 말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식당 주인은 평소에 식당 의자에 앉아 있다가 목사님이 길 건너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식당에서 나와 안내를 해준다는 것입니다. 안내를 못할 때는 식사배달 때문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길을 건널 때 도움을 주는 중년의 낯익은 신사가 우연히 만나 나를 안내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세한 사업은 생존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아마도 식당 주인은 도움을 주는 것이 보람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에벤엘 미션홈에 매월 방문하여 밑반찬을 만들어 봉사해 주시는 조 선생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는 현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그의 아내는 얼마 전에 카페를 개업 했습니다.
조 선생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으니 아내가 올리브밥(카페)에서 에벤엘 가족에게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해서 처음에는 사양을 했습니다.
조 선생의 사모가 모처럼 쉬는 날에 대접을 받게 되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한 달을 미루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두 번째 초대에 거절할 수 없어 4월 15일 점심식사 약속을 하였습니다. 약속한 날에 에벤엘 가족과 함께 올리브밥에 도착을 했을 때 조 선생 부부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 날 메뉴는 올리브밥에서 판매하고 있는 크림스파케티, 토마토스파케티, 오리엔탈라이스 그리고 커피, 음료, 과일이었고 우리는 맛있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 선생은 매월 세번째 주일 마다 에벤엘가족을 초대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조 선생의 사모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두 달에 한 번만 초대해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더니 조 선생은 주일에는 카페를 열지 않고 매주 셋째 주 주일에만 에벤엘 가족 뿐만 아니라 동네 독거노인을 초대하여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사실 올리브밥은 대로변에 있는 골목길이어서 이동인구가 적어 사업하는 것이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 선생은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작했던 것이지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했고 사업에 대해 걱정했던 나의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 선생의 아내는 카페를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따듯한 사랑을 나누어 보람 있는 삶을 사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보람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것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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