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리석은 자의 퇴보는 자기를 죽이며 미련한 자의 안일은 자기를 멸망시키려니와 (잠 1:32) -
5년전 실로암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요가교실이 열린다는 공고가 시각장애인통신망 아이프리에 올라왔습니다. 나는 평소에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시각장애인이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복지관에서 요가 교실이 있다는 소식에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복지관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까이에 있기도 하고 평소에 갔던 곳이어서 복지관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요가는 인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개인적인 자아수련 체계라서 머뭇거렸지만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고 초급과정만 배운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요가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기본 동작만 배워도 몸의 바른 자세를 교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의 유연성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가 동작은 단순하였지만 그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복지관에서 요가를 배웠던 수강생들은 시각장애인들이어서 요가 동작을 한 동작 한 동작 배울 때마다 강사와 보조 선생 1명으로는 버거워 구청에서 파견된 공공근로자도 도움을 주웠습니다. 그 때 비로써 공공근로제도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공공 근로자는 공공기관, 복지관, 장애인시설 등에 파견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에벤엘 미션홈에는 시각장애인이 생활하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사회복지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받지 못해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 구청 사회복지과에 찾아가 공공근로만이라도 지원을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였더니 2011년 1월부터 구청에서는 에벤엘미션홈에 공공근로자를 파견했습니다. 공공근로자는 미션홈에서 주로 청소를 하며 에벤엘 가족의 손발이 되곤 합니다. 일손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정상효씨가 공공근로자로 미션홈에서 수고를 하였습니다. 그는 목수로 일하다가 뇌경색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불편한 몸으로 상도동에 있는 은행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였는데 덤을 주었더니, 붕어빵 재료가 다 떨어질 정도로 잘 팔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어렵게 살고 있었지만 마음은 부유했습니다. 손님에게 덤을 주는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하지 않으면 줄 수 없습니다. 손님에게 덤을 주면 손님이 더 찾아 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인색하여 덤을 주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노점상하는 지인이 붕어빵 장사가 잘 되는 것을 알고 집에서 놀고 있는 그의 아들에게 넘겨 달라는 간청에 못 이겨 정상효씨는 붕어빵 장사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그는 집에서 하는 일없이 쉬었더니 너무 답답해서 소일거리를 찾다가 공공근로 제도를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남 진안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유승열 형제가 서울에 볼일이 있어 미션홈에서 주말을 보내고 8월 중순 월요일 아침에 진안에 내려가려고 했습니다. 그 전날 내가 정상효씨에게 유승열 형제를 강남고속버스터미날까지 안내를 부탁하였습니다. 정상효씨는 평소에 세 바퀴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데 오토바이에 유승열 형제를 태우고 간다는 것을 알고 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덕진 형제도 지하철 남성역까지 태워달라고 정상효씨에게 간절히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비가 많이 내려 도로는 미끄럽고 오토바이에 2명만 탈 수 있는 것을 3명이 타고 갔다는 말에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 하였습니다. 나는 안내를 하고 돌아온 정상효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만일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니 다시는 두 사람을 함께 오토바이에 태워주워서는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정상효씨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으며 몸이 건강하지 않은데도 술을 매일 마신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술을 마시면 안됩니다.”라고 하면 그는 “조금 먹기 때문에 괜찮아요.”라고 했습니다.
정상효씨에게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뇌경색이 다시 재발하여 공공근로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병원에 찾아가서 위로를 하였지만 그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으며 그는 몸을 잘 가눌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루 속히 회복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건강이 나쁘면 몸에 좋지 않은 증세가 나타나듯이 영적인 것 역시 증세가 나타납니다. 좋지 않은 증세가 나타났는데도 방심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신앙과 건강을 항상 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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