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장애인 인식 개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장애인복지법이 새로이 개정됨에 따라-장애인복지법 제25조, 동법 시행령 제16조 참조-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을 1년에 1회 이상 하여야 하고, 또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사회 구현을 위한 매우 중요한 규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복지나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등한 주체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애인인식교육이 어쩔 수 없이 하는 형식상의 프로그램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동의 작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의 주된 목적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막연하게 장애인복지를 이루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으며, 좀 더 구체적으로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들이 통합사회를 구현하는 데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변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장애체험스쿨을 그 하나의 예로 들어 다시 질문을 던져 보자. 장애체험스쿨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 그러면 다음과 같은 답이 주류를 이룬다.
첫째는, 장애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한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또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끼치는지에 대하여 알게 될 것이다라는 답이다.
둘째는, 장애체험을 통하여 일시적으로나마 장애인 입장을 느낌으로써 어떻게 도와주면 효과적으로 불편을 해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라는 답이다. 물론 이들 답은 다 맞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로 그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용어에서 이제까지 우리들은 ‘장애’라는 것에 몰두하고 ‘사람 인’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 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다. 따라서 장애인인식개선사업은 장애인복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그 존엄성과 가치가 존중되어져야 한다. 재산이 많고 적음에 따라, 학력이나 지위의 수준에 따라, 또 신체적 조건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따라서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똑같은 존엄성과 가치가 부여되어 있는 존재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명백히 기록돼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1998년에 제정된 한국장애인인권헌장에서도 “장애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서두에 밝히고 있다. 장애의 유무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똑같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어느 유명한 강연자가 있었다. 그 강사는 수많은 관중을 앞에 두고 갑자기 자기 호주머니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 들더니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이 수표는 이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면 손을 들어 주십시오.” 이때 관중석 모든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다시 그 강사는 그 수표를 휴지조각처럼 구기고 나서 다시 똑같은 질문을 관중들에게 했다. 반응은 물론 전과 똑같았다. 또 이번에는 구겨진 그 수표를 바닥에 떨어뜨린 후 발로 마구 짓밟았다. 그리고 그 흙투성이가 된 수표를 다시 주워들고 이래도 이것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반응은 앞서와 다를 바 없었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수표가 아무리 구겨져도, 진흙이 묻어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라 해도 여전히 백만 원의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장애인 역시 그와 똑같다.
어떠한 장애가 있든, 또 그 장애가 심각하든 그렇지 않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장애인 복지’라는 것에 대한 때 묻은 관념을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 ~~~~~계속
- 임 경 억(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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