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요 9:3) -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비추어 볼 때 보이지도 않는 내가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 당시만하더라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학에 합격을 하고도 입학을 거부당하여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전공이 전기공학이었기 때문에 복학문제는 더 심각했다.
복학하기 전 아버님과 나는 전공 교수님을 식당에서 만나 학업에 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나 교수님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렇다고 해서 학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복학은 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복학을 하였더니 담당교수님과 전공교수님들은 나의 복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 두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거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1학년 과정은 주로 교양과목이어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교수님은 시각장애인인 나를 이해해주기도 했다. 2학년이 되면서 전공과목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계속해서 공부를 하려면 학교 당국에 배려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대학의 총장님은 전 k 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불란서 대사 출신이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용기를 내어 편지를 띄었다. “저는 1981년 봄 건강한 모습으로 입학했다가 중도에 실명을 한 학생입니다. 시각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계속하려고 하는데 전공 교수님의 부정적 시각으로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약
한 가정에서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장애를 입었다고 해서 그 자녀를 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저도 건강한 모습으로 입학을 했다가 중도에 실명을 했다고 해서 학교에서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제자신이 머무를 곳은 어디입니까? 제 자신이 복학을 하려는 이유는 졸업을 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통하여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정신적으로나마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회와 국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부디 제가 학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시어 제 자신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총장님의 현명하신 결정이 저의 운명을 좌우할 것입니다." 라는 내용으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기다리던 답장 속에는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 담겨져 있었다. 이렇게 해서 다시 학교생활은 시작되었지만, 전기공학은 실험실에서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전기회로나 그래프 등은 내 자신의 힘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이 나의 손바닥에 회로나 그래프 등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식당에 가면 식탁에 놓인 음식의 배치를 설명해 줄 때 친구들은 공학도들답게 x축을 중심으로 왼쪽에 밥이 있다고, y축을 중심으로는 30도 방향에는 김치, 60도 방향에는 나물, 120도 방향에는 생선 등이 있다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지금도 가끔 사람들로부터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음식을 먹느냐고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음식의 위치만 알면 없어서 못 먹지 안보여서 못 먹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웃는다. 많은 어려움 가운데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되었다. 사은회 날 교수님들께서는 내가 졸업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하시면서 기뻐하셨다. 드디어 나는 해 낸 것이다. 보이지지도 않는 상태에서 그것도 전기공학을 공부해서 졸업의 영광을 맛보았다.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대학졸업 후 88년 총신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이번에는 전기공학이 아닌 신학대학원에 가기위해 1년 동안 대학원 진학준비를 하였다. 내 자신이 실명하고 절망의 눈 속에서 몸부림 칠 때 내게 교회가기를 권유해 주셨던 이웃에 살고 있는 조 집사님과 안요한 목사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다시 공부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명하지 전에는 나만을 위해 살았다면 실명 후에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살려고 한다. 앞으로의 삶은 내 자신처럼 실명을 해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빛을 갖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신학대학원 생활과 공부는 순조로웠다. 우선 학생들이 모두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전기공학처럼 회로나 복잡한 계산문제가 없어서 편했다. 모두가 부족한 내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레포트 자료를 도와주는 등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처음에 신학 공부는 너무 생소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배우면 배울수록 신학은 재미있었다. 일반대학과 달리 신학대학원에서 수업은 교수님은 기도로 시작했고 모두가 찬송을 부르는 것은 내게는 매우 독득한 모습이었었다.(1993년 10월 국민당 주체 장애인수기공모 당선작) ~~~계속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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