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가지 시련을 만나거든 기쁘게 여기라 (약 1:2) -
국가나 민족의 역사를 살펴보면 찬란한 번영기가 있는가 하면 고난의 시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나라는 과거 치욕스러웠던 역사를 교훈으로 삼기보다 번영했던 역사를 드러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심에 있어서 자긍심이 강한 이스라엘은 자국의 치욕스러웠던 역사의 흔적을 보존 할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당당하게 후손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대인들이 후손들에게 과거 수치를 당했던 사건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은 그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에게 비극적인 역사적 현장으로 알려진 ‘마사다’는 사해 옆에 우뚝 솟은 험한 요새로 아래에서 정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천혜적인 요새이기도 합니다. ‘마사다’는 해발 약 40m이지만, 그 자체가 해발 400m 정도이므로, 땅에서 보면 440m나 치솟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하늘의 요새입니다.
로마의 티투스는 AD 73년 말 실바(Silva) 장군으로 하여금 제 10여단을 이끌고 예루살렘에 있는 ‘마사다’ 요새로 갔습니다. 히브리어로 ‘바위의 성채’라는 뜻의 ‘마사다’ 요새를 포위하도록 했고, 흙으로 서쪽 구렁을 메우고 ‘마사다’의 외벽과 그 안쪽에 급조된 내벽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로마 군인들은 성문에 불을 지른 후 성벽을 무너뜨렸으며 날이 저물자 휴식을 취하고 이튿날 성 안으로 돌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음날 새벽 로마 군대가 공격을 개시했을 때 놀랍게도 요새로부터는 아무런 저항도 없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교육받은 1세기의 역사학자 요세푸스는 <유다전쟁>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로마군대가 ‘마사다’ 성벽을 부수기 시작한 날 밤, 유다인 지휘자 벤 야이르는 960여 명의 동지를 모아놓고 마지막 연설을 했습니다. 비굴한 항복이냐, 로마인의 칼에 죽을 것이냐. 벤 야이르는 제3의 선택을 동지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자유인으로서 죽음을 택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그들은 모든 소유물을 한 곳에 모은 후 불에 태웠습니다. 남자들로 하여금 가족 중 여자와 어린아이의 목숨을 끊도록 했습니다. 남자들만 남았습니다. 그들은 열 사람을 뽑아서 나머지 남자들을 죽이도록 했습니다. 뽑히지 못한 남자들은 이미 죽은 부인과 아이들을 끌어안고 목을 내밀었습니다. 열 사람만 남게 되자 그들은 다시 제비를 뽑아 한 사람을 골랐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이 아홉 명을 죽인 뒤 칼에 엎으려 자살했습니다. 요세푸스는 이어서 지하 동굴에 몸을 숨겨 살아난 두 여인과 다섯 어린아이의 증언을 기록함으로써 사실성을 더했습니다.
오늘날 이스라엘 군인들은 훈련 마지막 날 ‘마사다’에 오릅니다. 사관에 임명되는 군인들 역시 ‘마사다’에서 서약을 한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은 치욕스러운 역사의 사건조차 잊지 않음으로써 국가 없이 2000 년 동안 유랑을 마치고 독립된 국가의 존재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 역시 생각지 못한 고난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고난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당시 왜 고난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원망과 분노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고난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에게만 한정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입니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고난을 당한다면 그 고난은 혼자 겪는 것과 달리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도 고난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난을 당할 때는 절망에 빠져 헤어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나 또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면 과거 실명했을 때를 회고하는 것은 그 당시에 좋은 추억이 있어서가 아니라 절망적인 상태를 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과거의 고난을 돌아보면 현재 주워진 것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게 되면 가장 절망스러웠을 때를 ‘기억 하십시오’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망이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서가 아니라 절망을 돌아보면 지금의 문제는 아무것도 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고난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난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고난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고난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을 살 수 있어 보다 성숙한 삶을 살게 되어 감사를 경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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