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사 43:19) -
작년 11월 중순 중국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하은혜 선교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하 선교사는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동북 3성 흑룡강성, 요녕성, 길림성을 중심으로 선교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선교사역을 하면서 알고 있었던 중국 연길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민 형제가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국에 왔지만 여의치 않아 대구시에 살고 있는 누나 집에 머물고 있는데 매형이 몸이 몹시 아파 매형 집에 머물 수 없으니 에벤엘 미션홈에 잠시 거주 할 수 없느냐는 부탁을 했습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낯선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 형제의 사정도 딱하기도 하고 마침 에벤엘 미션홈에 한 사람을 받아드릴 수 있는 정원도 있어 미션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을 했습니다.
1주일 후에 민 형제는 대구에서 올라와 에벤엘 미션홈을 찾아서 도착을 했습니다. 민 형제는 그의 누님과 아기를 안은 30대쯤 보이는 여 조카와 함께 왔던 것입니다. 나는 민 형제를 반갑게 맞이하고, 미션홈에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잘 안내해 주었습니다.
점심 식사시간이 되어서 민 형제의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민형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민 형제는 연길에서 안마치료로 잘하여 가정을 꾸려나갔는데 한국 정부에서 중국 자치주에 살고 있는 조선족에게 누구나 비자를 쉽게 발급해주자 안마치료를 받았던 조선족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가는 바람에 손님이 끊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마치료실을 닫고 중국에서 알고 지냈던 지인이 한국에서 안마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번호만 알고 무작정 한국에 도착했더니 그 지인은 먼저 중국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입니다.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민 형제의 누님이 안마를 할 곳을 찾아 여러 곳을 수소문했지만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답니다. 설상가상으로 매형도 몸이 아파 그는 매형 집에서 머물기 어려워 거쳐할 곳을 찾았던 것입니다
민 형제가 중국에서 태어난 것은 친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에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가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이주하여 친할머니를 만나 재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중국 길림성 왕청이라는 조선족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17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가장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아버지가 했던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대학에 들어가고 자신은 농사를 짓는 것 때문에 사춘기에 몹시 방황을 했으며 나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못된 짓을 하여 중국 공안원에게 붙잡혀 유치장에 그는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23세에 장가를 들었으며 신앙심이 깊은 아내를 만나면서 예수님을 영접 했다고 합니다. 그는 30세 때 망막박리로 실명하여 좌절에 직면했고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을 질 수 없게 되자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나서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어지자 자살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민 형제의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을 때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외삼촌의 생일을 맞이하여 외삼촌 집에 갔었는데 평소라면 2~3일을 머물고 집에 귀가하셨는데 그날따라 당일로 집으로 돌아오셨다는 것입니다. 그는 농약을 먹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를 발견한 어머니는 다급하게 지인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겼으며 의사는 응급조치를 시도하여 생명을 건졌다는 것입니다. 의사는 민 형제의 어머니에게 만일 30분만 병원에 늦게 도착 했다면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답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슬피 흘리면서 의식에서 깨어난 민 형제를 붙잡고 내가 죽기 전에는 네가 먼저 죽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민 형제의 다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후 민 형제는 어머니의 간곡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시 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는 중국 길림성에 있는 맹학교에서 안마 직업교육을 받고 나서 중국 여러 도시에서 안마를 했지만 여의치 않게 되자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다는 것입니다.
마침 광장동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찾고 있었으며 에벤엘 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형제의 소개로 민 형제는 한 달 동안 마사지 아르바이트를 하여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교통비와 생할비 일부를 벌어 2015년 1월 14일 중국 연길로 귀국을 했습니다. 만일 민 형제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면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기 때문에 기회가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처해있는 환경이나 조건이 나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2015년 새해를 맞아 준비된 마음으로 잘 생활하여, 소원하시는 좋은 기회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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