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이 전파되는 곳에 교회가 있고 교회에 성령이 거하며 바로 그곳에 생명의 빛이 임한다”고 했던 종교개혁자 칼뱅의 말은 초기 한국 교회 선교 역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복음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각성을 불러일으키며 낡은 관습과 가치관을 변혁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복음은 단순히 서양 문화를 소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독교는 불교나 유교 같은 전통적 종교들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관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에 희망을 제시했다. 인간의 평등, 남녀동등권, 교육의 혁신, 과학의 발달, 그리고 역사의식의 대전환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대변혁이 복음 전파를 통해 이뤄졌다.
사실 복음이 한국에 처음 전파될 당시 전통적인 종교는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유교는 조선왕조를 통해 당쟁과 양반 우월의 계급주의적 사고, 그리고 형식주의로 백성과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다. 불교는 억불숭유 정책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도교는 풍수도참으로 변질됐다. 결국 전통적인 종교들은 한국의 근세 역사에서 능동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독교가 기존의 유교, 불교, 도교와 같은 전통 종교들을 대신해 민중에 받아들여진 것은 복음이 갖는 사회·역사적인 변혁적 메시지에 기인한다. 곧 기독교는 전통적인 유교, 불교, 도교, 그리고 민간 무속 신앙에 부재했던 새로운 사회를 향한 가치관을 소유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 생명과 빛이 전파됐다. 복음은 새로운 사회 건설에 기여했다. 한국에 전파된 기독교는 전통적인 종교와 가치관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대체하는 것으로 한국 사회에 파고들었다. 만인 형제 사상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의 사회 이념은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 이념과 부합되면서 인간적인 공동체성을 지역사회에 구현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초대 서양의 선교사들과 개신교인들은 기독교의 전래와 함께 이미 19세기 말에 의료 사업과 근대 교육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소외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와 교육에 앞장서는 종교로서 기독교가 국민의 가슴에 인식됐다.
선교 초기의 교회 사회복지 실천
1884년 미국 북장로회가 파송한 의료 선교사 알렌(Horace N. Allen)은 제물포에 상륙해 직접적인 ‘복음 전도(선교)’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의료 선교를 통해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했다. 알렌은 고종 임금의 신임을 얻어 1885년 2월에 정식으로 광혜원이라는 병원을 개원했다. 이 병원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병원이다.
또한 1894년 여선교사 홀 여사(Rosetta Sherwood Hall)가 평양에서 여성 시각장애인들을 데리고 복음 전도와 의료 선교, 구제 사업을 실시했으며 후일 미국 선교사 포르가 1907년에 창설한 ‘평양맹아학교’와 합병했다. 그 당시 조선은 맹인들에게 복음을 전해주고, 복술 위주에서 침구, 안마 등으로 직업을 전환시켜줬던 것이다.
물론 초기 선교사들의 설교나 가르침은 이원론적인 요소를 보였고 율법주의적인 요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헌신적인 선교 활동과 경건한 삶의 모습, 이웃을 향한 이타적인 사랑의 자세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바로 이점에서 초창기 복음은 대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발휘했다.
특히 한국 교회의 평양 대부흥 운동은 영적 대각성 운동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가 민족을 치유하고 섬기는 공동체로 각인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평양 대부흥 운동은 단순히 교회 성장만이 아니라 한국 교회를 특징짓는 자립, 자치, 자전, 사회 개혁, 복음주의 연합 운동을 태동시키는 결과를 이끌었다. 이 운동은 일회적이거나 불연속적인 이벤트 성격의 집회가 아니라 민족의 급박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영성적 사회운동이었으며 이후 한국 교회의 100년을 지탱하게 한 거대한 복음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때의 한국 교회는 민족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모든 소망의 근원되신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했으며 참된 회개를 애끓는 고백으로 실천했다. 이러한 회개는 삶의 변화를 주도하고 결과적으로 성도들을 전도와 사회 개혁에 헌신하도록 이끌었다. 평양 대부흥 운동은 개인의 영적 각성으로 시작해 교회 일치, 갱신, 성장, 선교, 연합 운동으로 이어졌으며, 민족의 아픔에 동참해 헌신한 항일운동, 교육과 의료 사업, 사회 계몽 등의 사회 개혁으로 이어졌다. ~~~~~계속
- 이 준 우 교수(강남대 사회복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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