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대부흥 운동은 하나님께서 주도하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다. 미국의 제1차 대각성 운동의 주역인 조나단 에드워즈가 이미 말했듯이 부흥 운동은 결코 인간적인 어떤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성령의 능력이 그리스도의 교회에 임재하시고 그 주권적 은혜의 역사를 행사하심으로 가능한 것이다.
결국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된 한국 교회의 초기 선교는 전략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다. 서양 선교사들은 서구인과 서구 문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졌던 한국인들의 삶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비록 당시의 우리 사회에 내재됐던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사회를 일깨우는 통로가 됐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초기 한국 교회의 복음 전도는 낡은 가치관을 바꾸고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선구자의 역할을 감당했다. 복음 전도가 사회복지적 역할을 감당했다. 대체로 1890년부터 3·1 운동 전까지 초기 한국 교회의 복음 전도는 그 자체에 사회복지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었고 사회 변혁적이면서 동시에 문화 변혁적이었다.
그러나 3·1 운동은 초기 한국 교회의 사회복지적이며 사회 변혁적인 성격을 개인주의적이며 내세 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즉, 3·1 운동의 실패로 많은 사람들이 민족 독립의 소망을 잃었고 조국의 현실에 절망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회의 복음 전도와 교육, 그 외의 사역까지 위축되면서 점차 내세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교회의 사역은 병들고 상한 영혼을 위로했으나 내세주의적이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회에 대한 봉사적 관심에서 멀어지게 했다. 그 결과 민족 구원의 희망을 갖고 교회로 온 많은 사람들이 신앙에서 떠났으며 일부는 사회주의 운동으로 전환했다. 아마도 이것이 오늘날의 한국 교회가 교회 제도적인 차원에서 사회복지를 하지 못하고 교회 울타리 밖을 중심으로 개별적 차원에서 사회복지를 하게 된 뿌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의 일각에서는 3·1 운동을 계기로 민족적 자의식에 눈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고아원과 양로원을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실질적인 사회복지 실천은 이후 민간 사회복지 활동으로 발전하며 6·25 전쟁으로 발생했던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을 주축으로 폐허가 된 조국의 고아들, 장애인, 빈민 등을 대상으로 한 전문 사회복지 실천들이 이뤄졌다. 이렇듯 6·25 전쟁을 기해 제기된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기독교 복지에서 주로 담당했던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비록 물적 복지 자원이 주로 외국의 원조에 의존했다고 해도 실제 실천 현장에서는 한국 교회의 인적 자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실례로, 사회복지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들은 기독교적인 사회복지 실천을 구현하려고 했던 이화여자대학교와 중앙신학교(강남대학교의 전신)에서 시작됐다. 이것은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한국의 사회복지 영역을 사실상 주도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준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산업 발전과 경제 부흥은 외원의 삭감 내지 중단을 초래해 기독교 사회복지와 실천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한국 교회는 기독교 복지 사업들을 교회적인 차원에서 계승하지 못했고 오히려 외면했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교회 사회복지 실천에 다시 힘써야 할 때다
한국 교회는 1960년대에 독립된 신앙 노선을 정립하는 과도기를 겪으면서 교회의 모든 에너지를 내부 문제에 쏟아부어야 했다. 이 시기부터 진행된 신학 논쟁과 교단 분열은 대사회적인 섬김과 나눔을 실천할 힘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한국 교회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성장의 기적에 심취해 축배를 드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했고 기복적이며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에 젖어 성공 지향적으로 급변해갔다.
선교 10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 감리교회, 순복음 교회로 성장하는 쾌거를 이뤘다는 자랑의 뒤안길에는 온갖 비리와 부작용과 폐해가 가득차고 말았다. 대형 교회들에서 연이어 터지는 재정 비리, 세습, 성추행, 논문 표절 등 낯 뜨거운 문제들은 한국 교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렇듯 한국 교회가 천박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문화와 삶의 양식에 갇혀 버리게 되자 대다수 교회들은 선교 초기의 사회 변혁적·문화 변혁적 모습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교회의 양적 성장만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 됐다. ~~~~계속
- 이 준 우 교수(강남대 사회복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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