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 126:5) -
2014년에는 에벤엘 미션홈 가족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한 해 동안 두 명의 가족이 3개월에 걸쳐 3기 암 진단을 받게 되는 암울한 일이 일어 난 것입니다.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완쾌될 수 있는 병이라고는 하지만 에벤엘 가족에게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같은 해에 걸린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3기암 진단을 받게 되어 생존을 염려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중도 시각 장애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암 진단을 받은 본인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감만 쌓였을 것입니다.
작년 가을쯤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던 이 형제가 경기를 마치고 나에게 “목사님 이번 대회는 무척 힘들었다”는 문자를 보내왔던 것입니다. 그는 청력이 좋지 않아 나에게 주로 문자로 근황을 전해주었으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면 42,195Km를 완주를 하고 나서도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말한 것으로 생각을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는 42,195Km를 20여 차례 완주했으며, 시각장애인으로 국내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 형제가 암에 걸려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경기에 출전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매일 운동을 했기 때문에 몸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서도 그 다음날 쉬지 않고 헬스장에 가서 훈련을 할 정도로 성실한 형제였습니다. 이 형제는 에벤엘 미션홈에서 생활하면서 평소보다 화장실에 가는 회수가 빈번해지자 이상증후를 직감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뜻하지 않게 대장암 진단이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진단은 그의 인생의 최악의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병원에서 의사 소견서를 발급받고 중앙대 병원에서 다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역시 대장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형제는 “제가 암에 걸릴 것으로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2중장애로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로 불편하게 살아왔는데 설상가상으로 대장암에 걸려 3중고 불편을 겪게 되었습니다.
중앙대 병원에 입원하여 대장암 수술과 병행하여 항암치료를 수개월에 걸쳐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잠시 우울증 증세로 힘든 생활을 했습니다. 평소에 식성이 좋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식사를 잘했는데 수술 이후 밥맛이 없다면서 음식 섭취를 적게 할 정도였습니다.
나는 조금 이나마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하려고 병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선교회 사무실로 오게 하여 상담을 했습니다. 이 형제는 상담을 받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지내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시각 장애와 청각의 장애가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으며, 낮에는 잘 보다가도 밤이 되면 야맹증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어지럼증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그렇게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리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산에 있는 호텔에서 요리사로 근무했으며, 그 이후 친구와 동업하여 레스토랑을 경영했지만 직장생활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날렸다고 했습니다. 점점 시력이 좋지 않자 애완용 개를 사육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작은 농장을 임대하여 개를 사육했지만 애완용 개의 피부병이 악화되면서 개를 잘 보살필 수 없어 사업을 접었다고 합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나의 말을 잘 듣지 못하면 나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단말기에 키보드로 점자를 입력하여 주면 이 형제가 점자로 읽을 수 있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청력이 나빠서 운동을 하는 것 외에 점자책을 읽는 것으로 답답함을 달랬다고 합니다.
퇴원 이후 6개월이 지나고 나서 올해 대장암 검사를 받았는데 이상 증세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조마조마 했던 마음에서 안도의 마음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몸에 조금한 이상 증세만 있어도 마음이 불안한데 이 형제는 얼마나 마음이 답답했을까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대장암 3기라는 절망 속에서도 2014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동메달 4개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운동은 그의 삶에 전부였습니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려고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중구 회현동에 있는 헬스장에서 국제마라톤대회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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