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심한 고난을 보이신 주께서 우리를 다시 살리시며 땅 깊은 곳에서 다시 이끌어 올리시리이다 (시 71:20) -
작년 2월쯤 주일 예배를 드리려고 교회에 가려고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낮선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정OO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교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그가 누군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교회에 도착해서 만난 정OO형제는 임전도사가 전도하여 주일 예배에 참석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 되었으며, 광주에 있는 맹학교 초등부에 입학하여 고등부까지 졸업하고 광주에 있는 OO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같은 해 3월 초부터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 점자 교정사로 근무를 할 거라고 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시각장애인으로 복지관에 취업을 했던 것입니다.
마침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점자 교정사를 찾고 있었을 때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전도사가 정형제를 소개하여 취직을 했다고 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점자교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국어, 영어 점자교정사 시험에 합격하여 2급 점자교정사 자격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반 대학생도 취업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졸업을 하면 취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정형제는 어머니가 살고 있는 광주에 가는 날을 제외하곤 매주 예배를 드렸습니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나서 점심식사를 하면 그는 가끔 식사시간에 갑자기 허공에 손을 뻗기도 하고 밥을 먹다가 한참 무엇인가 생각을 하여 항상 밥을 늦게 먹곤 합니다. 이 간사는 “정형제가 방에 혼자 있을 때 점자교정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무언가에 한번 빠지면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폐아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직장에서 그와 같은 행동을 하면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봉천동에서 돈암동까지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여 먼 거리를 통근을 하였습니다.
작년 지자체 선거가 있었을 때 근무하고 있었던 복지관에서 지자체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점자 홍보물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 내에 점자교정을 해야 하는데 정형제가 이해력도 부족하고 점자 교정이 서툴러서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해서 복지관에서는 점자교정을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겼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서툴게 점자교정을 처리했던 것 같았습니다. 물론 취직한지 얼마 안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썼다는 것은 그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6월 전국장애인경진대회에 정형제가 출전하여 본선에서 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전국장애인기능경진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혹시 본선에서 동상을 수상해서 직장에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서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형제의 어머니는 아들이 경미한 자폐증이 있는 것을 알고 직장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것을 염려했지만 막상 아들이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자 매우 실망을 했을 것입니다. 나는 정형제가 직장도 그만두고 비싼 월세를 지불 하면서 원룸에서 생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서 경제적 부담도 덜고 생활 적응훈련도 할 겸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형제는 2015년 1월 2일부터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돼서 식사를 하면서 반찬을 흘리거나 다른 반찬에 쏟기도 하였고, 식사하고 설거지를 할 때 건성으로 하여 깨끗하게 하지 못하여 그릇에 반찬이 묻게 되자 홈에 있는 이형제는 “누가 정형제를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하게 했느냐”고 불평을 토로하면서 “당장 내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형제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취업 보다 생활 적응훈련이라는 사실을 비로써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션홈에서 생활 할 때는 잘 하다가도 광주집에 갔다 오면 다시 적응훈련을 시켜야만 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일은 성남에 있는 한마음복지관에서 1주일에 한번 점자를 가르치는 점자 교사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고 해서 면접 때문에 오전에 이 간사와 외출한다고 했습니다.
정형제가 면접에서 실수하지 않고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다시 한번 일자리를 찾아서 직장생활도, 에벤엘미션홈 생활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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